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했다고 공개한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 /뉴시스-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했다고 공개한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 /뉴시스-조선중앙통신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이 16일 아침 두 차례에 걸쳐 미상의 발사체를 발사했다. 또한 우리의 통일부 격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했다. ‘뻔뻔한 사람’ ‘웃긴 사람’ 등의 원색적인 단어가 동원됐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과 동시에 국방력에 대한 자존심 문제가 겹쳐져 나온 행동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도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입장의 선은 넘지 않았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조평통 담화는 보다 성숙한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불만이 있다면 그 역시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북한의 최근 잇단 도발은 일차적으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우리 측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판단된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발사체는 고도 30km로 약 230km를 비행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최근 북한이 공개한 신무기 3종은 사거리 200~700km의 저고도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남한을 겨냥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또한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잇달 미사일 발사로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협상 자체를 깨버릴 수 있는 ICBM이나 핵무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에서다. 북미 실무협상 날짜와 의제 등 확정된 것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 긍정적인 분위기가 재차 연출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 우리 측이 특별히 응답하지 않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두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협력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했었다. 하지만 우리 당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은커녕 남북경협에 대한 입장도 바꾸지 않았다. 나아가 우리 군사기술의 우위를 강조함으로써 북한 측이 발끈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앞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 북한에서 실험하는 정도의 무기는 우리도 다 갖추고 있다. 오히려 그보다 몇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 군이 현재 운용 중인 패트리어트 체계를 중심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해 명확하게 대응이 가능하다. 그리고 계속 변화하는 위협들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강해 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이 “획기적 전환”이라고 과시한 신형무기를 평가절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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