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인터뷰] 성동일이 롱런하는 이유
2019. 08. 1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성동일이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성동일이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신스틸러’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배우 성동일이 강렬한 변신을 선보인다.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을 통해서다.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스크린 앞에 선 그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부터 섬뜩한 연기까지,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극을 채운다.

성동일은 1984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뒤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약을 펼쳐왔다. 단역과 조연, 주연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연기력은 물론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열 일’하는 성동일의 다음 행보는 공포영화 ‘변신’이다.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다. ‘공모자들’(2012), ‘기술자들’(2014), ‘반드시 잡는다’(2017) 등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의 신작이다.

극 중 성동일은 아빠 강구 역을 맡았다. 가정을 지키려는 가장의 모습을 절절하게 연기해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악마의 얼굴과 아빠의 얼굴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섬뜩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슷한 듯 새롭고, 친숙한 듯 낯선 매력을 발산하는 성동일. 그가 롱런하는 비결이 아닐까. 

‘변신’에서 아빠 강구 역을 연기한 성동일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변신’에서 아빠 강구 역을 연기한 성동일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성동일은 “시나리오보다 잘 나왔다”며 ‘변신’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변신’만의 매력을 꼽자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느낌의 오컬트의 영화였고, 가족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좋다. 주조연이 없다.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가족 개개인이 똑같이 분배된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족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도 좋다.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들이 공포로 느껴지는 한국적인 오컬트다. 신선하지 않나. 내가 봐도 지루하지 않고, 시간이 금방 가더라.”

-시나리오 보다 더 잘 나왔다고.
“김홍선 감독한테 전체 리허설을 하자고 했었다. 리딩은 형식적인 거다. 감정을 넣어서 하지 않는다. 그런데 리허설을 하다 보면 생각하지도 않은 감정이 나올 수 있다. 눈을 보고 연기하기 때문이다. 리딩 때와 전혀 다르게 찾아낸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또 우리 영화는 기존 오컬트와 다르다. 상상도 못한 얼굴의 악마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 매일 보는 사람이라는 점이 좋았다. CG도 전혀 없었다.

몇몇 장면에서 소름 끼쳤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오컬트라고 해서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거나 무섭게 연기를 한 건 아니다. 평소와 똑같이 연기를 했다. 상황과 톤이 달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다. 시나리오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거다. 김홍선 감독의 머리에 다 있었던 것 같고, 그런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컸다.” 

성동일이 후배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성동일이 후배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무서운 연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정말 섬뜩했다.
“장치의 차이인 거다. 나는 진짜 우리 딸을 볼 때 그렇게 본다. 그런데 그 톤이 달라서 무서운 거다. 가장 편하게, 가장 아무것도 안 한 연기였다. 장치를 많이 쓸 수 있지만, 그냥 성동일 그대로 가도 이 영화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섰다. 애드리브도 거의 없었다. 똑같은 건데도 톤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현장에서 많이 찾았다. 캐릭터 설정도 필요 없었고, 눈을 크게 뜰 필요도 없었다. 과하게 연기하지 않았다. 정말 특이한 영화였던 것 같다.”

-신예 김혜준(선우 역)과 조이현(현주 역)이 고생을 많이 했겠더라.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환경도 다르고, 연기에 대한 각자 바람도 다를 거다. 연기를 30년 넘게 했고, 가장이고 남편이다 보니 좋은 연기자보다 기본적으로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가장이 되는 것이 1순위 목표다. 그 다음이 직업이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아직은 꿈이 더 많고 바람도 클 거다. 거기에 맞게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분장하려면 네 시간씩 걸린다. 다른 배우보다 일찍 와서 분장을 해야 한다. 본드로 붙이는 거라 떼는 것도 면봉으로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이틀, 삼일씩 하다 보면 피부가 다 망가진다. 잠깐 하는 것도 아니고 저녁 늦게까지 분장을 한 상태로 있어야 했다. 힘들어서 울먹이더라.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CG가 아닌 특수 분장을 해서 딸들(김혜준·조이현)이 고생을 했는데, 잘 버텨준 게 너무 고마웠다. 나보다 더 좋은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들의 열정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이제 앞으로는 이런 역할 안 하겠지. 한 번 데였으니까(웃음).”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성동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성동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후배들을 향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후배들이 잘 돼야 한다. 우리는 덤이다. 후배들이 연기 잘 하려면 어떻게 하냐고 묻는데, 난들 알겠나. 그래도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냐고 하면 그때는 얘기한다. 진실로 갖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게 많으면 연기를 잘 할 수밖에 없다고, 열심히 하라고 한다. 있는 사람한테 뺏으려고 하지 말고, 있는 사람이 너한테 쓰게 하라고 한다.

배우랍시고 너는 스태프 너는 감독 나는 배우 나누지 말아야 한다. 80명 90명 100명이 한 시간 먼저 나와서 준비를 하는데, 배우라고 10분 늦으면 되겠나. 배우 1인당 10분씩 늦으면 몇 분이겠나. 물론 나도 늦을 때 있다. 하지만 스태프들만큼 일찍 나오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30분 전에 나가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준비를 한다. 나는 그렇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보인다.
“내가 찍어놓고 안 좋다고 하면 되겠나. 하하. 매 작품 추억을 만드는 과정이다. 일을 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도 있지만, 그 과정이 되게 재밌기도 하다. 무명 때부터 평생소원이 일 많이 하는 거였다. 일 많이 하는 게 가장이고,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과 영화를 만들 수 있어서 좋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