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은 김창범 부회장의 연임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사위크
한화케미칼은 김창범 부회장의 연임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화케미칼이 2분기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승진 및 연임에 성공했던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2조3,74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1분기에 비해 6.17%, 지난해 2분기에 비해 5.49%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75억원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아쉬움을 남겼던 1분기(983억원)와 비슷한 수준이고, 지난해 2분기(1,843억원)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운 47.09%의 감소세를 보였다. 229억원의 당기순이익 역시 1분기 및 지난해 2분기에 비해 각각 80.82%, 87.92% 줄어들었다.

이처럼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아쉬운 실적이 계속되면서 상반기 실적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조6,103억원의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6% 증가했으나, 1,958억원의 영업이익은 45.04%의 뚜렷한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은 주요 사업부문이 나란히 부진을 면치 못한데서 비롯됐다. 기초소재 부문은 9,94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은 50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 1,8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화케미칼 측은 “원료 투입가 상승과 가성소다 정기보수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가공소재 부문에서는 4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계속됐고, 리테일 부문은 2017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러한 실적 흐름은 비단 이번 분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들어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선 한화케미칼은 좀처럼 그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2017년만 해도 2,000억원 거뜬히 넘겼던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938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4분기에는 아예 95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2017년 7,564억원에 달했던 한화케미칼의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3,543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올해도 1·2분기 모두 1,000억원대 미만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친 상태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감소, 원가 상승, 제품가 하락 등 여러 악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공교롭게도 한화케미칼의 실적 하락세는 김창범 부회장의 승진 및 연임과 맞물려 시작됐다. 2014년말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그는 이후 눈에 띄는 실적 상승세를 이끌며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에서 더 큰 무게감을 지니게 됐다.

하지만 승진 및 연임 이후 한화케미칼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김창범 부회장의 입지도 다소 흔들리는 모양새다. 위상은 한층 높아졌는데 이에 걸맞지 않는 ‘2기’ 성적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창범 부회장이 자리보전에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창범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결국 관건은 실적 회복여부다. 이와 관련해 한화케미칼 측은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시적 비용의 감소와 업황 회복 등을 바탕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김창범 부회장이 꾸준히 공을 들여온 태양광 부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 태양광 부문은 한화케미칼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제 역할을 해내며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2분기에만 1조3,94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3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내리 적자를 면치 못하며 107억원의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부문의 3분기 전망에 대해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와 출하량 증가 등으로 원가 상승분을 상쇄하고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며 중국 내 프로젝트 확정, 동남아 등 기타 시장의 성장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창범 부회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하반기 반등과 함께 연간 실적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야 불명예 퇴진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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