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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신동빈 판결이 정부와 대기업 협조 바로미터
이재용·신동빈 판결이 정부와 대기업 협조 바로미터
  • 정계성 기자
  • 승인 2019.08.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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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대법원 선고일이 법조계 안팎의 예상과 달리 9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법원에 따르면, 오는 22일 예정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 선고기일 목록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사건’은 선고 목록에 지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9월로 관측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건의 선고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의 선고 시점은 일단 원칙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전원합의체는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선고를 하는데, 이번 달에는 오는 22일(목)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재용 부회장 사건의 경우 지난 6월 심리가 끝났고, 대법관들 사이에서 이달 안에 선고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22일 선고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 법조계 전망과 달라진 이재용 대법원 선고시점

하지만 법조계 전망과 달리 선고기일 목록에 해당 사건이 빠지면서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중요한 변수가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일단 설득력을 얻는다. 일각에서는 일부 대법관의 이견 제시로 심리가 재개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심리가 재개될 경우 선고가 언제 이뤄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선고, 선고연기, 심리재가 등에 대해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관련 사건으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재벌총수는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다. 특히 일본발 무역규제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총수의 신상문제여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8월 9월 중 선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더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에 따르면, 오는 8월 말 재벌개혁 정책이 나올 예정이다. /뉴시스
김상조 정책실장에 따르면, 오는 8월 말 재벌개혁 정책이 나올 예정이다. /뉴시스

청와대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부품·소재·장비 ‘탈일본화’를 선언하고 일치단결해 나아가야 할 시점에 자칫 유죄선고가 날 경우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무역규제 조치가 시행된 뒤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과 청와대 정부 간 상시소통채널 마련을 지시하는 등 기업과 적극적인 공조가 진행 중에 있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가 구축하려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구조에는 대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 대기업 친화 정책 비판에 선긋기

물론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와 사법부는 다른 영역에 있다.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끼치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란 얘기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그 사례다. 청와대도 “정부의 기업경영 지원과 재판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인도공장, 평택공장 등을 방문하며 좋은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비슷한 시각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압수수색했었다.

문제는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일본발 무역규제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갈등 등 우리에게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글로벌 이슈가 적지 않다. 이미 상당수 연구기관들은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창조를 위해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자동차를 3대 중점육성산업으로 지정하고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진보진영에서는 과거 대기업 위주 성장정책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산업정책과 적폐청산 재판은 별개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과거의 프레임을 기준으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진보진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전체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지고 있는지 모른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단기 경기 정책을 쓰지 말아야 하는가? 그런데 우리 사회의 진보진영은 정부가 오직 장기적인 구조개혁 정책만 하라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진보진영이) 30년 전 민주화 시대에 형성됐던 그리고 20년 전 외환위기 때 강화됐던 개혁의 방향에 고착돼 있다”며 “지금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우니까 그걸 진작하기 위한 단기 거시경책을 펴는 걸 가지고 ‘개혁 후퇴’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책실장이 이재용 부회장이나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만나면 안 되나. 만나면 개혁이 후퇴하는 건가. 대통령이 말씀했다. 경제는 경제, 경영은 경영, 재판은 재판이다. 안 만나야 검찰이나 법원이 똑바로 가는 거고 만나면 검찰이나 법원이 삐뚤어지는 건가. 그게 과거 방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