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불스원이 '붉은 황소' 상표권을 잃을 수 있는 지경에 몰렸다. 사진 오른쪽이 에너지 음료 브랜드 '레드불'의 로고이며, 오른쪽은 '불스원'의 황소 로고. / 각 사​
​자동차 부품업체 불스원이 '붉은 황소' 상표권을 잃을 수 있는 지경에 몰렸다. 사진 오른쪽이 에너지 음료 브랜드 '레드불'의 로고이며, 오른쪽은 '불스원'의 황소 로고. / 각 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인기 연예인을 앞세워 이름을 알린 ‘불스원샷’으로 유명한 자동차 부품업체 불스원이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자칫 회사의 정체성이자 얼굴인 ‘황소 로고’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게 됐다.

◇ 1심 뒤집은 대법원… “레드불 영업방해 목적 있어”

불스원이 회사 심벌인 ‘붉은 황소’의 상표권을 잃을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5년간 에너지 음료회사 레드불과 벌여온 붉은 황소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레드불 측에 매우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불스원의 정체성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지난 18일 대법원 2부는 레드불이 불스원을 상대로 낸 상표 등록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레드불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4년 9월 레드불은 불스원이 붉은 황소 모양으로 만든 상표를 출원해 등록하자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다 기각 당했다. 이에 불스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두 상표의 유사성은 인정했지만 상표법 위반으로 볼 사안은 아니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1심인 특허법원은 ‘붉은 소가 오른쪽으로 돌진하는 모양’, ‘꼬리가 S자로 구부러진 점’, ‘앞다리와 뒷다리의 형태’ 등 두 상표의 전체적인 인상이 유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불스원이 레드불의 국내 영업을 방해하려는 ‘부정한 목적’을 갖고 상표 등록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2심은 대법원은 레드불이 자동차 레이싱 팀으로 외국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레드불 레이싱팀은 2005년부터 포뮬러원 등에 참가했고,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상당한 인지도가 있었다”며 “불스원의 ‘자동차 용품 및 그 판매업’은 자동차 성능의 유지·보수와 관련돼 있으므로, 레드불의 ‘자동차 레이싱 팀 운영 및 관련 스포츠 이벤트 제공업’과 경제적인 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 방향 전환한 황소… ‘사명’까지 위협받나

대법원은 결정적으로 불스원 상표 개발 시기는 레드불 레이싱 팀이 국내에서 최초로 열린 포뮬러 원 대회에 참가한 2010년 이후라고 꼬집었다. 특허법원과 달리 불스원이 레드불에 손해를 입히려는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상표 출원을 했다고 본 것이다. 특허소송은 분쟁 당사자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허법원과 대법원 2심제로 진행된다.

대법원이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파기환송한 터라 ‘붉은 황소’를 둘러싼 분쟁이 레드불의 패배로 완전히 종결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다툼에서 레드불이 승기를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률심인 대법원의 심리내용을 거스른 판결이 하급심에서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스원 관계자는 “(레드불과) 사업 분야가 다를 뿐 아니라, 상표를 모방해 출원하지 않았다”며 “추후 열리 특허법원 심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스원은 논란을 의식한 듯 과거 한 차례 로고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래 불스원의 붉은 황소는 오른쪽으로 돌진하는 형상이었지만, 도중 현재의 왼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이는 상표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황소의 방향만 전환해 레드불과의 유사성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한 의도로 엿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회사 관계자는 “상표 히스토리에 관한 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특허법원에서 대법원과 동일한 판결이 나오면 불스원은 상표 사용은 물론 사명(Bull‧황소)에도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스원=붉은 황소’라는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며 자동차 부품업계 1위로 올라선 불스원이 기사회생 할 수 있을지 특허법원의 법봉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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