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오는 21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는 구체적인 일정을 미국 측과 조율하고 있다. 김현종 2차장이 비건 대표를 공식 면담하는 것은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업무분야를 외교통상에 한정하지 않고 탈일본화 산업정책에서 북미협상까지 넓히는 형국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도 김 2차장을 문재인 정부 2기 핵심인물로 보고 그의 행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사실 그간 청와대에서 북미협상을 전담하며 비건 대표를 면담했던 인물은 정의용 안보실장이었다. 비건 대표가 단독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을 제외하면 지난해 9월과 10월, 12월, 올해 2월과 5월 등 다섯 차례인데, 모두 정의용 안보실장과 만났다.

◇ 한일갈등·산업정책·대북문제까지 주도

이를 김 2차장이 대신했다는 점에서 북미협상 실무의 상당부분을 인수인계 받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 2차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유엔대사로 근무하면서 북한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사장으로 있으면서 내로라하는 북한 전문가들과 만나 네트워크를 쌓는 등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상당한 안목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무역규제 국면에서 국내 산업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도 김 2차장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김 2차장은 지난 2일 일본 각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안건이 통과되자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는 우리의 수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와 부품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가마우지 경제 체제로부터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고 강변했었다.

그러면서 “우선 국내 산업적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환경 규제와 노동 규제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R&D 투자도 대폭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무역규제를 계기로 국내 산업구조를 전반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김 2차장이 제시한 탈일본화 구조개혁 방향성은 이미 정부정책에 상당수 반영됐거나 검토가 진행 중이다.

◇ 문재인 대통령 신임 두터워

뿐만 아니라 김 2차장은 일본이 지난달 2일 3개 품목에 대해 ‘리스트 규제’ 방안을 발표하자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미국에 ‘중재’ 요청을 하기 위해 방미한 것으로 봤으나, 그는 “중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재요청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미국이 스스로 판단해 자발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끔 우리의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약(GSOMIA·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꺼낸 것도 미국 자발적 움직임을 이끌어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안보분야 자주성 강화를 위한 국방예산에도 김 2차장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2차장은 앞서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정찰용 인공위성이 하나도 없다”며 “안보 분야에서도 외부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부품소재와 같은 문제가 안 생긴다는 법이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년도 국방예산 7.6% 인상을 말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김 2차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은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할 당시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2012년 대선 때에는 김 2차장이 캠프에 합류해 도움을 준 이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7년 7월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한미 FTA 재협상을 담당하기도 했다. 미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압박을 이겨내고 철강 관세 등에서도 큰 양보 없이 신속하게 협상을 잘 마쳤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2차장을 “FTA guy”라고 부르며 만나면 알아볼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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