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제 '상쾌환'이 최근 누적 판매량 5,000만포를 돌파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제조사인 삼양사는 실적 부진에 시름하고 있다. / 삼양사
숙취해소제 '상쾌환'이 최근 누적 판매량 5,000만포를 돌파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제조사인 삼양사는 실적 부진에 시름하고 있다. / 삼양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삼양사가 입추가 훨씬 지난 가운데서도 장마철을 연상케 하는 습한 날씨와 시름하고 있다. 상쾌환이 출시 6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0만포를 넘어서며 숙취해소제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지만, 정작 제조사인 삼양사인 상쾌하지 못한 꿉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2030 ‘잇템’된 상쾌환… 실적 개선엔 역부족

‘큐원 상쾌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판매량이 더 늘어나며 국민 숙취해소제 등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누적 판매량 1,000만포를 기록한 상쾌환은 지난해 10월 3,000만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연간 판매량을 놓고 보면 2016년보다 지난해 8.5배나 많이 팔렸다. 그 여세를 몰아 지난 6월 누적 판매량 5,000만포를 돌파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숙취해소제=액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상쾌‘환’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2030을 겨냥한 타겟 설정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상쾌환은 기존 액체형의 숙취해소제가 ‘아재 음료’로 인식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젊은 층을 공략하는 차별화 전략을 폈다. 걸스데이 출신의 혜리를 모델로 발탁해 상쾌한에 젊고 생기 넘치는 이미지를 씌었다. 가격 부담을 낮춘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병당 5,000원의 고가 전략을 펼친 경쟁사와 달리 상쾌환은 한 포 당 3,000원 수준. 또 편의점에서의 2+1 행사는 구매욕을 자극함과 동시에 판매량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했다.

2030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야외 음악 페스티벌을 찾아 행사를 열고 도심 속 팝업스토어를 세우며 소비자와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실패 요인으로 지적된 ‘환’ 제형은 편의성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사원이나 대리급 등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 지갑이나 파우치에 비상시를 대비해 상쾌환 몇 포씩 넣고 다니는 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그 결과 상쾌환은 출시 6년여 만에 ‘일’을 냈다. 업계에 따르면 상쾌환은 최근 그래미의 ‘여명 808’을 누르고 숙취해소제 시장 2위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정작 제조사인 삼양사는 축제 분위기와 거리가 먼 모습이다.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상쾌환을 업계 부동의 1위 CJ제일제당 ‘컨디션’의 아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키웠지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상쾌환의 선전이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올해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양사의 2분기 매출은 1조2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억원이 감소했다. 영업익은 같은 기간 40% 줄어든 419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도 동기간 34%가 줄었다.

양대 사업 부문인 식품과 화학 모두 부진에 빠져있다. 상쾌환을 포함해 설탕, 전분당, 밀가루 등을 생산하는 식품 부문 실적은 지난해 2분기 보다 5%가 빠진 5,647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체 회사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p 가량 줄어든 55%로 축소됐다. PC(폴리카보네이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이온수지 등을 제조하는 화학부문의 상반기 매출 실적은 5,0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삼양사 관계자는 “상쾌환 등 BtoC가 전체 회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비하다”며 “화학에서는 주력인 폴리카보네이트의 중국 쪽 공급이 늘어나 제품이 가격이 하락했으며, 식품에서는 판매가격 하락과 중국 수출 물량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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