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 작업에 닻을 올렸다. /KDB생명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 작업에 닻을 올렸다. 산업은행은 이번에는 반드시 매각을 성공시키겠다는 각오지만 업계에선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산업은행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공동 선정했다. 매각 공고는 매도자 실사를 거친 뒤 9월말이나 10월초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매각은 네 번째 시도다. 산업은행은 2010년 6,500억원에 KDB생명을 인수한 뒤,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다.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KDB생명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세 차례 시도는 인수 후보와의 가격 인식 차이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3년만에 다시 매각 도전에 나섰다. KDB생명이 최근 몇 년간 고강도 체질 개선을 거쳐 어느 정도 실적과 건전성을 회복하자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은 2016~2017년 연속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에는 연결기준 3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지급여력비율(RBC)은 3월말 기준 212.8%까지 올라간 상태다. KDB생명의 RBC 비율은 2017년 한때 108.48%까지 떨어질 정도로 안 좋았지만 지난해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회복에 성공했다. 이처럼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함에 따라 산업은행은 매각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시장과의 가격 인식차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이 1조원이 넘는다. 인수가격에 유상증자 지원 비용 등을 합친 금액이다. 산업은행은 최소 6,000억원 이상의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시장에서 KDB생명은 기업가치를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산업은행으로선 고민이 깊은 지점이다.

입찰 열기가 뜨거울지도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업황이 좋지 않는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대비 부담도 품고 있어 없어 보험사 매물의 매력도는 이전보다 떨어진 형편이다.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대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KDB생명도 이를 대비해 꾸준한 자본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다. 여기에 KDB생명은 최근 몇 년간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영업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또 다른 알짜 보험사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흥행 변수로 거론된다. 시장에선 중국 안방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아직까지 뚜렷한 인수후보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우리금융의 인수 참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아직은 불투명하다. 과연 KDB생명이 이번에는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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