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이 40년만에 독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이 40년만에 독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 아모레퍼시픽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창업 정신이 서려있는 오설록이 독자 노선을 걷는다. 지난 40년간 차(茶) 외길을 걸어온 오설록이 ‘커피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시장에서 차 산업의 부흥을 이끌며 전성기를 맞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 성장 모멘텀 확보한 오설록… 퀀텀점프 본궤도

‘오설록’이 40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그간 그룹 내 사업 부서로 존재했던 오설록을 떼어내 별도의 독립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신설법인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다음 달부터 그룹의 소속회사로 편입된다. 10월 1일부터 본격적인 독립적 경영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독립법인을 출범한 배경에 대해 “오설록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을 제고하며, 40년간 쌓아온 고급 명차 브랜드의 명성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차 전문 서비스 직군 인력을 채용·관리하는 ‘그린파트너즈’를 오설록 자회사로 소속을 옮기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일 아모레퍼시픽은 그린파트너즈 지분 100% 등 사업 일체를 오설록에 영업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난 오설록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오설록은 서성환 선대회장의 창업정신이 서려있다는 브랜드 히스토리가 무색할 만큼 그룹 내 존재감이 미비했다. 오설록은 1979년 서 선대회장이 제주도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개간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주력이 뷰티 사업이다 보니 사내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디저트 시장에서 비주류인 차 사업에 종사하다 보니 세간의 이목을 끌만한 굵직한 이슈도 없다시피했다.

실제 오설록이 아모레퍼시픽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미약하다. 데일리뷰티(DB) 분야를 더한 설록(Sulloc) 사업 매출은 전체의 10% 남짓하다. 이마저도 미쟝센, 해피바스 등 생활용품을 제외하면 설록의 매출 기여도는 한 자릿수 퍼센테이지로 떨어진다. 또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생산 시설 중 가장 낮은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스킨케어, 메이크업, 데일리뷰티사업장 중 유일하게 100%에 못 미치는 가동률을 기록했다.

◇ 커지는 차(茶) 시장… ‘한 우물’ 빛 보나

신속한 의사결정 등 성장 모멘텀을 마련한 오설록은 앞으로 음료 및 디저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오설록은 아직 구체적으로 성장 계획에 관해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우선적으로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오설록은 일반 매장 성격의 티하우스와 제주도 티뮤지엄 등을 포함해 39개 점포를 운영 중에 있다. 매장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거점을 늘리는 데 방점을 찍을 수 있다.

BtoB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그룹 소속의 농업회사법인 ‘오설록농장’이 오설록을 포함해 녹차추출물 등을 기업과 거래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향후 그린파트너즈와 마찬가지로 오설록농장을 오설록으로 편입시키는 영업양도가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후 오설록이 최근 스타벅스 등 식품 및 음료 업체들이 일본산 원료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는 흐름에 역량을 집중하면 BtoB에서의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최근 국내 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현재 3,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차 시장은 매년 200~300억 가량 증가해 오는 2020년에는 4,000억 규모에 다다를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차 수입량 역시 2009년 448톤에서 지난해 807톤으로 2배 가량 늘었다. 커피와 흑당 등 자극적인 맛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점차 순한 차로 입맛을 바꿔나가 관련 시장의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 그 수혜는 프리미엄 차 시장 한 우물을 파온 오설록에게 돌아갈 수 있다.

오설록 관계자는 “이제 막 독립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독자 경영에 나서기로 한 단계”라며 “상세한 사업 계획은 결정되는 대로 차차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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