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표정의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거운 표정의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군사정보보호에관한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3년 간 유지해 온 지소미아는 일단 그 효력을 잃게 됐다.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갈렸지만, 국익적 관점에서 일단은 효력을 정지시키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22일 오후 김유근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하였으며, 협정에 따라 연장 통보 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 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연장 종료를 결정까지 고심은 적지 않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오후 3시 NSC 상임위가 청와대에서 개최됐고 그 결과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 됐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총리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상임위 결정을 보고 받은 뒤 약 1시간 가량 다시 한 번 토론을 진행한 뒤 종료 결정을 재가했다.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깨고 문 대통령이 종료를 결정하게 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일본이 이번 조치로 한국을 안보협력국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교류를 규정한 지소미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감한 군사정보를 상호교환 한다는 것은 우방국 간 안보 협력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일본의 (무역규제) 행위는 우리를 안보국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소미아가 연장되지 않는다고 해도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이 완전히 차단되는 게 아니라는 실리적 판단이 두 번째로 작용했다. 실제 지소미아 체결된 2016년 11월 이전에도 한미일 3국간 미국을 매개로 군사정보 교환과 안보협력이 이뤄지고 있었다. 마치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하여 안보협력 체계에 완전히 구멍이 뚫렸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궤도에 오르면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이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16년 11월 지소미아 체결 후 현재까지 한일 간 직접 정보 교류 횟수는 29회였다”며 “일본이 우리 측에 제공한 군사정보의 질이나 효용성 등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최근에는 정보 교류 대상이 감소 추세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보 상황이 발생하면 발생할수록 정보 교류에 대한 수요는 높아진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개선된 이후인) 2018년도에는 사실상 정보 교류 수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우리 측의 외교적 노력을 무시한 것이 연장 종료를 결정한 중요한 배경이 됐다. 일본의 무역규제 국면에서 한국은 비공개로 두 차례나 고위급 인사를 특사로 파견해 조율하고자 했으나 일본 당국의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미국 측이 외교적 합의 도출을 위한 시간을 갖자는 취지에서 스탠드스틸어그리먼트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일본은 거부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며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일본 쪽으로부터 반응이 없다면 소위 지소미아의 종료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미국 측에) 역설했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 간의 협력, 동맹 기반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며 “지소미아 때문에 흔들릴 한미동맹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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