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라.”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정쟁 전략이다. 상대 진영 공세에 반박할만한 근거가 빈약할 때 종종 사용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야권 공세에 대한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메신저 공격’ 전략으로 꼽힌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3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를 덮기 위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강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그런 판단력과 사고력이면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당대표‧최고위원 취임 1주년 합동 기자회견에서 황교안 대표를 향해 “조 후보자 문제는 ‘인사청문회’ 때문이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동북아 안보 체계’와 관련된 것”이라며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지 국방부 장관 후보자나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아니다. 그 정도 판단력과 사고력이라면 정치를 안 하는 게 낫고, 오히려 정치에 해악”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3일간 하자’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사흘짜리 청문회는 처음 들어본다. 국무총리 청문회도 이틀 하는데 장관 청문회를 사흘 동안 한다는 것은 청문회장을 뭐로 만들려고 하는 건지 저의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면서 “매사를 정치적 판단으로 정략적으로만 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한국당의 비판을 ‘메신저 공격’으로 맞받은 것이다. 평소라면 이 대표의 발언은 ‘통상적인’ 정치적 행위로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여론은 조 후보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부적합하다'는 응답은 49.6%인 반면 ‘적합하다’는 응답은 41.5%에 그쳤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1,025명(가중 결과 1,000명)이 참여했고, 응답률은 7.5%, 표본오차는 95%의 신뢰 수준에 ±3.1%p다.)

이 대표는 조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두고 비판 여론이 쏟아지는 데 대해 사과했다. 조 후보자에게 ‘진솔한 사과’도 요청했다. 그렇지만 이 대표의 이같은 태도는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메신저 공격’은 물타기 전략으로 읽힐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조 후보자 논란에 관해 굉장히 속상해하고 걱정도 많이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이 점에 대해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후보자에게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에 대해 청문회에서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중요하다. 자초지종을 소상히 한 점 남김없이 밝혀 국민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잘 알고 있다’면 ‘메신저 공격’도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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