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여당은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보고 있다. 반면 야당은 조 후보자와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종합했을 때 직무능력을 떠나 도덕성 측면에서 이미 결격사유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조 후보자가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여야 간 줄다리기가 더욱 팽팽해지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하는 데 하루로는 부족하다며 3일 동안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제안을 해둔 상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청문회는 원칙적으로 3일 이내의 기간 동안 하게 돼있다. 관례상 국무위원은 하루, 국무총리는 이틀을 해왔지만 조 후보자의 의혹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하루 청문회로는 모자랄 듯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청문회’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대표는 “3일 청문회는 처음 듣는다. 국무총리 청문회도 이틀만 하는데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3일을 하겠다는 것은 청문회장을 무엇으로 만들려는 것인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매사에 정치적 판단을 정략적으로만 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문제는 조 후보자가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얼마나 잘 할지에 대해 정책청문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야는 청문회 일정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명시된 청문회 일정 규정을 서로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인사청문 요청안이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는 30일까지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국당은 인사청문 요청안 제출일인 지난 14일을 기준으로 20일 이내(9월 2일)에 청문회를 마치면 된다는 입장이다. 또 9월 2일까지 청문회를 못 마칠 경우 대통령이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9월 2일 이후에 청문회를 열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 조국 인사청문회, 사법개혁·레임덕 ‘분수령’

민주당은 ‘국민청문회’를 강행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달 중으로 조 후보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긴급 당청 회동을 갖고 “26일까지 청문회 날짜가 잡히지 않으면 27일 국민청문회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조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이 날마다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청문회를 대신해 조 후보자가 해명할 수 있는 자리를 별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청문회를 최대한 늦춰 추석 ‘밥상머리 민심’에 조 후보자 관련 논란을 올리려는 한국당의 전략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민주당 입장에선 조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하고 빠르게 국면 전환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여권에선 조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상의 의미를 띠고 있다고 보고 있다. 차기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사법개혁을 이끌게 된다. 만약 야당의 거센 공격으로 조 후보자 임명이 좌초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도 추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를 임명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법개혁을 제도적으로 완성하자는 데 있다. 지금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한국당인데 이런 상황에서 조 후보자를 흔들어대는 것은 결국 사법개혁을 한국당 입맛에 맞게 중단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개혁적 조치들이 탄력을 잃게 된다. 우리로서는 어떻게든지 정상적인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역시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이번 조 후보자 건으로 해서 이미 ‘레임덕’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레임덕을) 피할 수가 없다. 조 후보자를 임명하기도 어렵고 임명 안 하기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봤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야당은 조 후보자를 낙마시켜서 문 대통령의 잔여 임기 3년을 실패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도 심도 있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강한 ‘데미지’를 줘서 정국의 주도권을 한국당이 갖겠다는 것”이라며 “여당은 ‘만약 여기에서 밀리고 잘못되면 나머지 임기 3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보고 있어서 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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