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자회사 KAC공항서비스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들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뉴시스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KAC공항서비스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들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에 파업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공사 측의 일방통행식 정규직 전환 강행과 처우 악화 등의 문제를 제기 중인 노조가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인 KAC공항서비스 소속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조들(전국공공운수노조 KAC공항서비스지부, 전국 KAC공항서비스노조, 공공연대노조, 전국시설관리노조 등)은 26일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날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가 92.3%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히며 향후 파업 등 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공항공사의 노사갈등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추진에 나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실현 과정에서 비롯됐다. 정규직 전환 방식을 논의하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고, 결국 정부정책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지적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8월, 비정규직 노동자 4,200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계획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소방 및 폭발물 처리반 300여명은 공사가 직접 채용하고, 나머지 공항운영 및 시설관리, 보안방재 부문의 인력은 자회사 KAC공항서비스를 통해 2019년까지 정규직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것은 2017년 9월 구성된 ‘노·사·전 협의회’를 통해서다. 협의회는 공사 측 대표 6명, 노동자 측 대표 10명,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노조는 애초에 이 협의회가 대표성을 지니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10명의 노동자 측 대표 중 6명의 ‘무노조 대표’에 용역업체 소장과 같은 관리자가 포함되는 등 노동자를 온전히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협의회는 정규직 전환 방식 결정을 위한 회의를 이어갔고, 노조는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된다며 반발해왔다. 노조는 “노동자 측 대표 재선출 요구를 묵살한 채 진행된 협의회는 지난해 6월 정규직 전환 방식 관련 합의서를 도출한 뒤 해산했다. 곧이어 또 다시 이들을 기반으로 ‘상생협의회’가 구성돼 정규직 전환의 구체적인 이행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협의회 구성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 전면 백지화 및 협의회 해산을 촉구하는 진정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정규직 전환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양측의 갈등을 더욱 첨예해졌다. 노조는 “7% 수준에 불과한 직접고용 전환자들은 별도직군으로 묶여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대다수를 차지한 자회사 전환자들은 상여금 비율 조정 등으로 처우가 오히려 악화됐다”고 호소한다. 임금산정 과정에서 공사가 각종 편법을 동원한 탓에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채 오히려 최저임금 수준으로 하향평준화 됐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한 공사 측이 자회사를 두 개로 분할 설립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보안·경비분야는 1개의 자회사로 설립하는 반면, 공항시설·운영분야는 중부와 남부 2개의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당사자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처우가 오히려 악화되는 정규직 전환은 정부정책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허구성이 한국공항공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노조는 파업을 위한 준비에 돌입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 909명 중 877명이 참가해 92.3%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찬반투표를 가결시켰다. 현재 필수유지업무 해당 여부에 대해 당국의 해석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공사 측의 전향적인 태도가 없을 경우 추석 이후 실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을 위한 준비는 마쳐놓은 상태이며, 당분간은 1인 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공항공사가 ‘상생’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현재 KAC공항서비스 소속의 노동자들과 노조가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을 재구성을 하는 일말의 노력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한국공항공사는 KAC공항서비스 노동자들의 미래를 빼앗는 노·사·전 상생협의회를 지금 당장 해체하고, KAC공항서비스 노동자들과 책임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공항공사 측은 이 같은 노조의 주장 중 상당부분이 사실과 다르고, 일방적인 내용이라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임금문제 등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이 많다”며 “일일이 대응하기 보단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공사의 입장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