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와코루가 실적 부진과 구설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와코루 브랜드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신영와코루가 심란한 처지에 몰렸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때 아닌 구설까지 제기돼서다. 신영와코루는 일본 기업과 투자 관계로 얽혀있는 점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진땀을 흘렸다. 

◇ 초라한 상반기 실적… 영업이익·순이익 급감  

속옷브랜드 ‘비너스’로 유명한 신영와코루는 최근 부진한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대폭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억8,89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7% 감소했다. 순이익은 전년대비 54.7% 감소한 15억4,207만원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액은 8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가량 증가했다.  

신영와코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신영와코루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7억5,284만원, 27억940만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87%, 70% 줄어든 바 있다. 

신영와코루는 국내 대표적인 속옷기업이다. 비너스 외에도 ‘와코루, ’솔브‘ ’올리엔‘ ’아르보‘ 등 언더웨어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주력인 ‘비너스’를 발판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왔던 신영와코루는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신통치 못하다. 가격 경쟁력과 유통력을 앞세운 글로벌 SPA 브랜드와 신규 업체들의 공세가 심화된 데다 소비자들의 구매와 소비채널이 변화하면서 매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소비자들의 구매 채널은 오프라인에서 홈쇼핑 및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과 대리점 판매 비중이 높은 신영와코루에게 이같은 판매 채널 변화는 숙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영와코루는 또 다른 고민까지 마주했다. 국내에서 일본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영와코루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과의 연관성이 논쟁거리가 됐다. 

신영와코루는 1954년 신영염직공사를 모태로 출발했다. 이후 1968년 신영섬유 주식회사로 법인전환을 거쳤고 1994년 일본 와코루가 지분 참여에 나서면서 현재의 상호(신영와코루)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본 와코루는 1949년 일본에서 설립된 글로벌 속옷업체다. 

◇ ‘와코루’ 브랜드 정체성 도마 위…  일본계 불매운동에 불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일본 와코루홀딩스는 신영와코루의 지분 25%를 보유 중이다. 신영와코루에 대한 경영 지배력은 한국 창업주 일가가 확보하고 있다. 창업주 이운일 회장의 장남 이의평 대표이사는 신영와코루의 지분 9.94%를 확보해 개인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우성화학공업(29.69%), 흥원문화재단(5%), 한국와코루(4.11%) 등 계열사가 신영와코루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하지만 최근 반일감정이 확산되면서 일본기업의 지분 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와코루의 브랜드 정체성도 논란이 됐다. 

현재 신영와코루는 와코루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 브랜드가 일본에서 출발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불매운동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또 일본 와코루홀딩스가 신영와코루를 통해 일정한 배당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점도 날선 시선을 받는 이유가 됐다. 

국내 일본계 불매운동은 이전보다 세밀해지고 있는 추세다. 단순히 일본 브랜드를 불매하는 것을 넘어, 일본 기업의 투자가 들어간 회사도 타깃이 되고 있다. 물론 투자기업까지 불매 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것은 과하다는 반응도 있어, 이를 둘러싼 의견은 분분하다.  

신영와코루는 일본기업과 선을 그으면서도 이같은 논란에 곤혹스런 기색을 드러냈다. 신영와코루 관계자는 “와코루 브랜드가 일본에서 출발한 브랜드인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제품 생산과 상품 기획까지 모든 것을 한국기업인 본사가 직접 하고 있다. 일본기업이 생산 기획해 판매하는 와코루 제품은 한국에 수입되지 않고 있다. 일본 본사에는 별도의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와코루가 단순 지분 투자 기업인 사실도 재차 강조했다. 신영와코루 관계자는 “일본 와코루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투자 참여만을 했다”며 “일본 본사 측 사외이사 2명이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사업 및 경영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와코루는 자사 사외이사를 통해서 정보 공유 정도만 하고 있는 것으로 있다”고 답했다. 배당 지급에 대해선 “주주사인 만큼 일정한 금액의 배당은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해는 3억원 가량을 배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설은 실적 부진으로 심란한 신영와코루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신영와코루 관계자는 “매출 타격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며 “국내 와코루 브랜드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생산 및 기획돼 판매되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최근 실적 부진 상황에 대해선 “국내 속옷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저렴한 제품을 늘리거나 판매채널에 변화를 주긴 어렵다. 브랜드 품질과 로열티를 제고하고 매출원가 관리를 철저히 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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