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가족 소유의 웅동학원에 대한 사회 헌납 의사를 밝혔으나 야당의 시선이 곱지 않다. 보유 재산보다 부채가 더 많아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에서다. /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가족 소유의 웅동학원에 대한 사회 헌납 의사를 밝혔으나 야당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해당 법인이 보유 재산보다 부채가 더 많아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에서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사학법인 웅동학원은 1908년 설립된 계광학교의 후신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웅동·웅천 지역의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1933년 폐교된 학교다. 광복 직후인 1946년 다시 문을 열었지만 재정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친 고 조변현 씨다. 조씨는 지역사회의 부탁으로 사비까지 털어 넣어 1985년 법인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났다.

조국 후보자는 가족이 운영해온 웅동학원의 사회 환원을 발표했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의 모친 박정숙 씨도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인한 여러 법적 송사로 국민 여러분께서 의심과 오해를 갖고 계신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웅동학원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음을 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고민한 결과, “가족 모두 웅동학원 관련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사실을 밝혔다.

◇ 웅동학원, 부채 빼면 자산 가치 없어

하지만 웅동학원의 사회 환원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유 재산보다 부채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경남교육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웅동학원의 재산은 134억원가량이다. 이중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 처분할 수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은 73억 800만원이다. 나머지 60억 9,000만원은 학교 용지 등의 교육용 기본재산이라 원칙적으로 처분할 수 없다. 반면 웅동학원의 채무는 현재 2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국 후보자 측은 동생 조씨가 포기한 채권 80억원과 웅동학원의 수익용 기본재산 73억원을 시세로 환산할 경우 채무를 충분히 털어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 뉴시스
조국 후보자 측은 동생 조씨가 포기한 채권 80억원과 웅동학원의 수익용 기본재산 73억원을 시세로 환산할 경우 채무를 충분히 털어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 뉴시스

채무는 웅동학원이 소유한 웅동중학교 건물을 새 부지에 옮겨 지으면서 시작됐다. 1995년 당시 고려종합건설과 고려시티개발이 신축공사 수주와 하도급 공사를 책임졌다. 하지만 웅동학원은 IMF 외환위기 여파로 공사 대금을 치르지 못했고, 두 회사는 부도가 났다. 이후 고려시티개발이 2006년과 2017년 소송을 통해 공사 대금에 대한 채권을 보유하게 됐다.  16억원대의 공사 대금은 지연 이자까지 포함해 현재 100억원대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웅동학원 부동산 일부가 가압류된 상태다.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이를 담보로 사채업자들에게 14억원을 빌렸으나 돈을 갚지 못해 웅동학원의 토지가 가압류된 것이다. 이 채무 역시 55억원까지 불어났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인수한 웅동학원의 은행 대출 채무도 86억원가량 남아있다. 결국 웅동학원이 갚아야할 빚만 16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조국 후보자의 말처럼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행법상 학교법인은 다른 학교법인이 인수·합병하거나 공립학교로 전환해야 하는데 채무까지 떠안을 수 있는 학교법인을 찾기 힘든데다 공립화 방안엔 웅동학원이 먼저 빚을 청산해야 가능하다. 때문에 야당에선 조국 후보자의 사회 환원을 꼼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기죄로 고발했다.

고발 대상은 조국 후보자가 아닌 그의 동생 조모 씨다. 웅동중학교 하도급 공사를 맡았던 고려시티개발의 대표가 바로 조씨다. 조씨와 그의 전처가 웅동학원을 상대로 공사 대금을 받기 위한 소송을 벌였고, 2008년 7월 사업자금 명목으로 공사 대금의 채권 일부를 사채를 빌리는데 사용했다. 논란이 일자 조씨는 자신이 보유한 채권 약 80억원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웅동학원이 갚아야할 빚의 규모가 더 크다.

이에 대해 조국 후보자 측은 사뭇 다른 해석을 내놨다. 동생 조씨가 포기한 채권 80억원과 웅동학원의 수익용 기본재산 73억원을 ‘시세’로 환산할 경우 채무를 충분히 털어낼 수 있다는 것. 앞서 조국 후보자는 웅동학원에 대한 사회 헌납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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