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돌연 은퇴를 선언했던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인보사 사태로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코오롱그룹
지난해 돌연 은퇴를 선언했던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인보사 사태로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코오롱그룹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른바 ‘인보사 사태’로 거센 논란에 휩싸였던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결국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지 1년 9개월 만에 씁쓸한 퇴출 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두 가지 꿈도 위태로운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 초유의 ‘인보사 사태’, 결국 ‘최악 결말’ 임박

한국거래소는 지난 26일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기업심사위원회가 1차 심사를 실시한 결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거래소는 앞서 지난 5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티슈진의 관절염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에 대해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자 주식의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검토에 돌입했다. 당초 지난달 26일까지 최종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코오롱티슈진 측이 경영계획서를 제출하면서 20일의 재검토 기간을 거치게 됐다.

코오롱티슈진을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인보사 미국 제품의 핵심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이후 식약처는 국내 제품에서도 같은 문제를 확인한 뒤 제조·판매를 중지시키고 허가를 취소했다.

이 같은 파문은 코오롱티슈진 상장 적격성 문제로도 이어졌다. 상장 과정에서 인보사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 및 서류를 제출한 것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상장의 핵심 동력이 된 식약처 허가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바탕으로 취득한 것이었다.

특히 코오롱티슈진은 성분 변경 등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한 정황까지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이와 관련해 코오롱티슈진 측은 인보사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며 상장폐지 결정 유예 및 경영개선 기간 부여를 요청했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는 여러모로 뜨거운 감자였다. 한때 시가총액이 4조를 넘었고 현재도 4,900억원대에 달하는 데다, 대기업 계열이자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많은 공을 들인 부문이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및 투자자를 우롱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한다는 지적과 상장폐지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우려가 교차했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1차 심사를 통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4,9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이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물론 상장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다음달 18일 이전에 추가 회의를 열어 상장폐지 및 경영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재차 검토한다. 여기서 또 다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코오롱티슈진 측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한 차례 더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 아직 두 차례의 중대 지점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코오롱티슈진 측은 남은 절차를 통해 상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편, 미국에서의 임상 재개에 힘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차 심사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초유의 인보사 사태를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뉴시스
초유의 인보사 사태를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뉴시스

◇ 무너진 공든 탑, 멀어진 청년 이웅열

이처럼 코오롱티슈진이 최악의 위기에 임박한 가운데, 지난해 돌연 은퇴를 선언했던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역시 더욱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자신의 두 가지 꿈이 거품처럼 사그라질 위기다.

먼저, 인보사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점이다. 인보사는 이웅열 전 회장이 ‘넷째 아들’이라 지칭했을 정도로 깊은 애정을 갖고 개발을 이끌어온 제품이다. 하지만 이제는 수백 명의 환자와 수만 명의 원성을 사는 제품이 됐다. 1998년 개발에 착수해 20여 년간 공을 들인 꿈이 와르르 무너진 셈이다. 미국 진출 등 빛을 보기 직전에 이 같은 파문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웅열 전 회장의 속은 더욱 쓰릴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다. 이웅열 전 회장은 인보사에 쏟은 애정만큼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및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고발을 당했으며,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본인 역시 코오롱티슈진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천억원대 금전적 손해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가운데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이웅열 전 회장이 짊어져야할 책임의 무게는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웅열 전 회장의 또 다른 꿈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이웅열 전 회장은 지난해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누려왔던 금수저로서의 특권과 책임감을 내려놓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웅열 전 회장은 수백억대 퇴직금 수령과 차명주식 보유 및 은폐 적발로 거듭 논란에 휩싸였다. 뒤이어 자신의 ‘역작’으로 여겨지던 인보사가 거센 파문을 일으키면서 이웅열 전 회장은 더욱 싸늘한 시선을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웅열 전 회장이 이러한 사태를 미리 인지하고 은퇴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금수저로서의 책임감을 내려놓겠다던 이웅열 전 회장이지만, 이제 더 큰 책임을 마주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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