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매년 통신사에 지급하고 있는 망사용료가 과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기업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매년 통신사에 지급하고 있는 망사용료가 과하다는 지적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인터넷 기업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잠시 미뤄둔 것으로 보인다. 대신 통신사(통신사업자)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역차별 역시 통신사로 인해 발생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교집합의 범주가 ‘국내 기업’에서 ‘인터넷 연합’으로 바뀐 셈이다. 

◇ 인터넷 기업, ‘갑(甲) 통신사’ 문제 삼아

방송통신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 논란이 수그러들 전망이다. 그간 국내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을 이유로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 인터넷 망 무임승차 문제가 지적돼왔다. 

실제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이 망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 있어 법이 동등하게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하며 글로벌 기업의 망사용료 회피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과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역차별 문제가 생기게 된 원인을 파악,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이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한 것은 ‘기형적인 통신시장 구조’다. 2016년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통신사가 다른 통신사에 데이터를 전송할 경우 데이터를 보내는 쪽에서 비용을 내도록 하는 제도)’이 개정된 이후 우월적 지위에 있는 통신3사가 인터넷 기업에 요구하는 망 비용을 지속 상승시킬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글로벌 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내게 될 경우 전반적으로 망 사용료가 상승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는 입장자료를 통해 “통신사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으면 국내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동안의 사례에서는 오히려 국내 기업의 망 사용료가 상승할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 “5G 콘텐츠, 돈 없어서 못 낸다” 호소

인터넷 기업은 망사용료를 지속 지불하게 된다면 국내 IT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매년 수백억의 망 비용을 통신사에 제공하면서 서비스 품질까지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들은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시장의 현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현재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 곳이 통신사와 통신사 계열의 기업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확대되는 5G 콘텐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서야 하지만 여력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호소다. 

인기협은 “VR, AR 서비스는 고화질 대용량 영상 전송이 필수”라며 “기형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망 비용을 안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은 드물다. 통신사가 망 비용을 내부화하는 우월적 지위로 콘텐츠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공정경쟁의 원칙은 깨지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도 저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발신자종량제’ 개념의 상호접속고시 폐지다. 이 같은 주장에 시민단체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인터넷은 컴퓨터들이 라우터(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를 통해 연결된 집합체”라며 “각각의 라우터가 데이터를 차별 없이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약속이 있는 한 망사용료를 주고받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망사용료는 봉이 김선달과 같은 논리”라며 “‘망사용료’론에 갇혀있으면 국내외 인터넷 생태계 전체가 발전할 수 없다. 망사용료 제도를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8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입장자료를 통해 “인터넷 기업이 망 비용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며 “상호접속료가 망 비용 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또, 글로벌 기업이 전체 트래픽의 30~40%를 점유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고 있지만 망 대가는 부담하고 있지 않고 있다. 망 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이용자에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KTOA는 “과거 무정산은 인터넷 트래픽 측정이 어렵고 트래픽량이 크지 않아서 가능했다”며 “그러나 최근 트래픽량이 증가하면서 기술의 발전으로 트래픽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서로 이용한 만큼 지불하는 상호정산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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