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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팩트
[이슈&팩트 (88)] 문재인 정부서 부울경 차별?… 차관급 이상 출신지 영남 '최다'
2019. 09. 02 by 정계성 기자 minjks@gmail.com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직 차관급 이상 청와대 참모 및 19개 부처 장차관 전수조사 결과, 영남출신이 가장 많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직 차관급 이상 청와대 참모 및 19개 부처 장차관 전수조사 결과, 영남출신이 가장 많았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개최된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정권 들어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정말 차별을 하더라. 알고 계시느냐”고 반문한 뒤 “이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지역감정에 불을 붙였다. 그 예시로 민주당 출신의 서울 24개 구 구청장 중 20명이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비난 여론이 일었다. 내년 총선에서 이기고자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감정을 되살렸다는 점에서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1야당 원내대표의 말이라고는 절제와 품격을 찾기 힘들다”며 “이런 수준이라면 국가적으로 비극”이라고 적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색깔론과 함께 지역감정까지 정쟁으로 활용하려는 나 원내대표는 더 이상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예시로 든 민주당 출신 서울 구청장이 대부분 호남출신이라는 점은 사실에 가깝다. 지난 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 25개 구청장 가운데 24곳을 쓸어 담으며 완승했는데, 당선된 구청장 24명 중 19명이 호남출신이었다. 출신지가 호남이 아니었던 민주당 당선자는 서양호 중구청장(경남), 김수영 양천구청장(서울), 노현송 강서구청장(경기), 이성 구로구청장(경북), 유성훈 금천구청장(서울) 등 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선된 구청장들의 출신지가 호남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호남정권 혹은 광주일고 정권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당내 경선과 선거라는 민의를 반영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호남정권’이라고 규정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주요 부처 인사를 살펴보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던 전현직 차관급 이상 청와대 참모 및 19개 부처 장차관 인사 115명의 출신지를 살펴본 결과, 오히려 ‘영남’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을 4대 권역별로 분류했을 때 영남권(대구·경북, 부산·경남)이 3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호남권(광주·전남, 전북)은 34명으로 4명 적었다. 수도권이(서울·경기·인천·강원) 27명이었으며, 충청권(대전·충북·충남)은 16명으로 나타났다.

광역자치단체별로 분류했을 때 서울이 1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남과 경남이 각각 15명으로 다음이었다. 이어 부산(11명), 전북(11명), 광주(8명), 경북(8명), 충북(7명), 충남(6명), 대구(4명), 경기(4명), 강원(3명), 대전(3명), 인천(2명) 순이었다. 나 원내대표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부·울·경 출신은 26명으로 전체의 22.6%였다. 2019년 기준 부·울·경 지역 인구가 전체 인구의 15.4% 수준임을 감안하면 크게 홀대했다고 보기만은 힘들다.

장관급 이상 39명을 추렸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영남권 출신이 1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호남권이 11명, 수도권 10명, 충청권 5명 등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부울경 출신 장관들의 숫자도 8명으로 20% 이상 비율을 차지했다. 특정 지역을 차별하기 보다는 지역안배에 주안점을 뒀다는 인상이 강하다.

정권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인물들의 출신지도 다양하다. 이낙연 총리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은 호남인 반면, 정권의 상징성이 크다는 조국 법무부장관은 부산 출신이다. 한 때 ‘왕실장’으로 통하며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경북이며, 현 김상조 정책실장도 경북이다. 북미협상을 조율한 정의용 안보실장은 서울이며, 최근 탈일본화 정책을 주도하며 핵심실세로 떠오른 김현종 2차장도 서울출생이다.

일각에서는 출신지에 더이상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출생지와 실제 학창시절을 보낸 지역이 달라 ‘고향’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으로 묶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결혼 등 가족관계 확대, 수도권 집중경향 등으로 지역 간 차별성이 점점 희석되고 있어 출신지 정보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나경원 최고위원은 과거 아버지 고향이 충청이라며 충청의 딸로 소개했고, 할아버지 고향이 영암이라 호남의 손녀, 부산에서는 둘째 아들이 부산에서 태에서 부산의 어머니라 말했다”며 “이렇게 연고가 다양하게 설정되고 다양한 지역과 연관을 맺으며 사는 게 우리나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