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 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상가임대차 분쟁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지난해 건물주로부터 갑작스럽게 임대차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던 소상공인 A씨는 참담함을 느꼈다.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장사했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나갈 처지에 몰린 A씨.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도 몰랐다.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는 A씨 뿐만이 아닐 것이다. 상가임대차분쟁은 날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소상공인이 가장 많고 상권 경쟁이 치열한 서울시는 이 같은 ‘분쟁의 격전지’로 꼽힌다. 그리고 분쟁에서 임차인들은 ‘을’의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름의 법적 보호 장치가 있음에도 정보 부족으로 권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 갈등보다 대화를…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 방문해보니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문을 두드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서울시상가임대차상담센터는 상가임대차에 대한 전문상담과 갈등 예방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1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상가임대차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올해로 운영된 지는 18년째다. 

안 소장은 “최근 상담과 조정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센터의 존재를 모르는 소상공인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며 “보다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취지 아래, 지난달 20일 오후 3시 기자는 안 소장과 함께 상가임대차상담센터를 방문해 센터의 운영 실태를 짚어봤다.  

상가임대차상담센터는 서울시 무교 별관 청사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센터는 상가임대차와 관련한 전화·방문·온라인 상담을 각각 제공하고 있다. 총 35명(공인중개사 16명, 변호사 19명)이 전문상담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날 방문했을 때는 4명의 상담위원들이 상담전화를 받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이정화 상담위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위원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도 맡고 있다. 이 위원은 “상담은 아무래도 전화상담이 많은 편”이라며 “최근 몇 년간 상담 건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에 따르면 상단건수는 최근 몇 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총 상담건수는 1만6,600건으로 전년(1만1,713건)으로 40% 증가했다. 올 7월까지 접수된 상담건수는 1만982건에 달한다. 올해 기준으로 상담형태를 살펴보면 전화상담 1만26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방문상담 422건, 온라인상담 291건으로 나타났다. 

기자는 지난달 20일 서울 시청 무교 별관 3층에 위치한 상가임대차상담센터를 찾았다./ 시사위크

전화상담은 정보와 관련된 단순 상담이 많았다고 이 위원은 전했다. 지난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됨에 따라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상담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예를 들어 법률 개정에 따른 임대료 상한선 변화를 물어보는 임차인도 있다”며 “단순한 정보지만 제대로 모르면 임대차 계약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당당하게 물어보길 바랐다. 이 위원은 “상담전화를 받다보면 임차인들이 물어보는 것을 쉽지 않아 한다는 것을 느낀다”며 “그만큼 임차인들이 자신을 권리를 찾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 어려워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 “임차인, 당당하게 물어보고 권리 찾기를” 

물론 상담만으로 임대차 분쟁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서울시는 2014년부터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실질적인 갈등 해소에 나서고 있다. 분쟁조정 분야는 크게 상가임대차 권리금 회수, 계약갱신, 임대료 증감, 계약해지 등으로 나눠진다. 분쟁조정이 개시된다면 성립률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2년6개월간 신청된 분쟁조정 건수는 2017년 77건, 지난해 154건, 올 상반기 85건으로 증가 추세다.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해당 기간 접수된 분쟁조정 316건 가운데 157건(49.6%)의 조정합의를 이끌어냈다. 

올해 상반기 접수된 85건의 분쟁 가운데 조정개시 사건은 42건이었다. 이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38건이 합의됐다. 조정신청인은 임차인이 63명(74%), 임대인이 22명(26%)이었다. 분쟁유형은 △계약해지가 2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권리금 19건 △임대료 조정 14건 △원상회복 9건  △계약갱신 8건  △수리비 3건 등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왼쪽)이 황규현 서울시 공정경제과 주무관과 상가임대차상담센터 현황과 분쟁조정정위원회 조정 성과를 짚어보고 있다./ 시사위크

행정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황규현 서울시 공정경제과 주무관은 “임대차 실태조사, 현장답사, 거래 사례 비교 등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며 “이에 분쟁조정이 개시가 되면 대부분은 성립이 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법적 소송 절차와 비교할 시, 분쟁 조정은 시간과 비용 면에선 확실한 이점이 있다. 안진걸 소장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소송 분쟁을 한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비용 또한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올해 분쟁조정개시 건 중 90% 성립

아울러 분쟁조정위원회는 최대한 대화로 합의를 이끌어내기 노력한다고 한다. 이정화 위원은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법원과는 달리 임대인과 임차인들이 좀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법률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는 이외에도 상가분쟁 해소를 위해 각종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상가건물 누수 원인을 신속하게 찾아내 책임 소재 및 수리에 드는 비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상가건물 누수 책임 소재 확인서비스’를 도입했다. 

상가건물의 누수 분쟁은 매년 장마철만 되면 심화되는 분쟁이다. 정확한 원인과 책임소재를 가려내기 어려워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되곤 한다. 점검팀은 누수상황을 확인하고 누수에 대한 기술적 분석, 임대차계약 내용 및 책임 소재와의 관계, 손해배상 책임과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분석해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의견을 제기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 서울시는 오는 10월부터 11월까지 상가임대차법 교육 절차도 진행한다. 교육 대상은 상가임대차에 관심 있는 서울시민이다. 

황 주무관은 “상가임대차와 관련된 잘못된 법 해석으로 다툼이 발생하는 일이 있다”며 “임차인과 임대인이 제대로된 법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분쟁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상담센터는 상가임대차 안정화를 위한 법령 개정 건의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상가임대차 분쟁을 겪고 있다면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에 SOS를 요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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