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회동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회동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6일 하루만 진행하기로 하면서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준 모양새가 된 데다 당초 합의사안인 ‘2일 청문회’도 못 박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추진하는 특검과 국정조사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조 후보자 가족 증인 없이 하루 동안 청문회를 진행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한국당은 당초 조 후보자의 배우자·딸·모친을 증인 요구 명단에서 빼겠다고 했다가 이날 오전에는 “배우자는 출석해야 한다고 본다”고 입장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증인은 출석요구서 송달 없이 ‘임의 출석’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임의 출석한 증인은 위증을 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

나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과 다른 차원의 조 후보자와 관련한 여러 증거와 새로운 의혹들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정도라면 조 후보자만 불러서, 조 후보자만 대상으로 해서 청문회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부적격한 후보의 실체를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해 증인을 고집하지 않고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일단 조 후보자 임명 후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실효성이 전무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4일부터 다시 장외집회를 진행하며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한국당은 오는 7일에도 광화문 집회를 계획해둔 상태다. 청문회와 장외투쟁을 동시에 ‘투트랙’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다.

당내에선 한국당의 전략에 대해 불만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증인 채택도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식으로 청문회를 진행하는 게 당에 어떤 이익으로 돌아올지는 의문”이라며 “증인도 없는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 뻔한데 청문회를 고집하기 보단 특검이나 국정조사 쪽으로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오늘 야당 원내대표의 행동을 보니 여당 2중대를 자처하는 괴이한 합의다. 무슨 약점이 많아서 그런 합의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마치 조국 임명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려는 ‘사쿠라’ 합의 같다. 기가 막히는 야당 행동”이라고 쓴소리를 뱉었다.

장제원 의원은 “맹탕에 맹탕을 더한 ‘허망한 청문회’를 통해 임명강행에 면죄부만 주는 제1야당이 어디있느냐”며 “이미 물 건너 간 청문회를 해서 그들의 ‘쇼’에 왜 판을 깔아주려고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이틀이 보장된 청문회를 하루로, 단 한 명의 증인도 없는 청문회에 어떻게 합의를 할 수 있는지 도대체 원내지도부의 전략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제기되는 ‘지도부 책임론’을 일축했다. 그는 “어차피 문 대통령은 6일 이후에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저희는 청문회는 물론 조 후보자 사퇴를 위한 투쟁도 계속 하겠다. 청문회를 함으로써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라 청문회를 통해 더 많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라며 “지도부 전략의 승리로 조 후보자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일찌감치 조 후보자에게 청문회를 서둘러 마쳤다면 오히려 조 후보자 면죄부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의혹을 밝힐 수 있었던 성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 당 지도부의 ‘중대결심’, 의원직 총사퇴로 이어지나

청문회 내용과 관계없이 조 후보자 임명이 강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국당 지도부는 ‘중대결심’을 언급했다. 야권의 반대 공세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보다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임명이 강행될 때 저희 한국당으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내부에선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국당 소속 의원 전원의 의원직 총사퇴로 압박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도중 제1야당이 ‘의원직 총사퇴’를 내세운다면 정부여당에 충분한 압박용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사실 야당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야당은 막다른 골목으로 갈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뭐 다 죽어야 된다. 정치적으로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정 최고위원의 ‘정치적으로 다 죽어야 한다’는 말은 의원직 총사퇴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문 대통령이 붉은 기생충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 강행하면 한국당은 특검 임명 절차를 밟거나, 그것도 안 되면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국민들과 함께 문재인 퇴진 투쟁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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