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영수증 없애기' 등 사회 전반에 페이퍼리스 바람이 가속화 되면서 제지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종이영수증 없애기' 등 사회 전반에 페이퍼리스 바람이 가속화 되면서 제지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우리 사회에 ‘페이퍼리스’(paperless)가 도래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유통으로 대표되는 산업계를 포함해 금융, 의료 등 각계각층에서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펄프 가격 인상 등 경영환경 악화로 시름하고 있는 제지업계의 주름살이 더 깊어지고 있다.

◇ 종이 자리 꿰차는 전자… ‘페이퍼리스’ 급물살

우선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종이영수증이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영수증이 빈번하게 사용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정부와 손을 맞잡고 종이영수증을 모바일로 대체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달 13개 대형유통사들은 환경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종이영수증 없애기’ 협약식을 맺었다. 지난 6월 발표한 ‘서비스 산업 혁신 전략’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맺어진 이번 협약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종이영수증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 업체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협약에는 롯데와 신세계를 포함해 국내 유통산업을 이끌어 가는 업체 상당수가 참여했다. 이들 13개 유통사의 연간 종이영수증 총 발급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14억8,690만건이다. 이는 국내 전체 발급량(128억9,000만건)의 11%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번 협약이 유통업에서의 종이영수증 퇴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금융 분야에서도 페이퍼리스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최근 DGB대구은행은 태블릿브랜치 및 창구전자문서 시스템의 구축을 완료했다. 태블릿브랜치란 장소 제약을 받지 않는 미래 영업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불린다. 영업점에서는 물론, 행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 태블릿PC로 원스톱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하나금융티아이는 전자문서 및 리포팅 솔루션 전문 기업 포시에스와 전자문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 먹구름 가득한 제지업… 생존 위한 몸부림

의료 쪽도 종이 사용 퇴출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는 분야다. 처방전도 앱으로 확인이 가능한 시대가 점차 도래하고 있다. ‘2019년 종이처방전 전자화 서비스 확산 과제 선정’이 완료되면서 의료 분야 페이퍼리스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전자문서 이용이 활성화되면 연간 5억 건 이상 발급되는 처방전으로 인한 종이 사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이없는 사회’가 가까워지면서 제지업계 업황은 더 어렵게 됐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펄프 가격이 뛰면서 원재료 부담이 커지는 등 비관적인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는 이 같은 페이퍼리스 현상이 달가울 리 없다. 환경보호라는 ‘절대 선의’에서 비롯된 변화다 보니 대놓고 어려움을 표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바뀌는 사회에 맞춰 달라져야 하는 건 기업의 숙명”이라면서도 “페이퍼리스 사회로 치닫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업계 고민이 이만전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현재 제지 ‘빅3’(한솔‧무림‧한국)로 불리는 선두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맏형인 한솔마저 주춤하고 있다. 한솔제지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407억원 규모로 지난해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344억이던 당기순이익도 120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2분기 16%를 기록했던 무림P&P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2분기 11%로 떨어졌다. 지난해 11년 만에 적자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제지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M&A를 통한 조직 개편, 화장품 등 신규 사업 진출 등 최근 들어 제지업계가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도 페이퍼리스를 대비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함 몸부림으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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