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고객 사생활 정보를 엿들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문제는 네이버뿐 아니라 글로벌 IT기업에서 같은 문제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네이버가 고객 사생활 정보를 엿들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문제는 네이버뿐 아니라 글로벌 IT기업에서 같은 문제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네이버가 고객 사생활 정보를 엿들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인공지능 서비스인 클로바를 통해 수집된 사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네이버의 협력사 직원이 직접 들었다는 문제다. 문제는 다수의 IT기업이 같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품질 제고를 이유로 사용자 대화를 청취하지만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네이버 클로바, 사생활 침해 논란

네이버가 자사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 플랫폼 ‘클로바(Clova)’에 수집된 고객 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언급됐다. 클로바는 스마트 스피커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사용되는 네이버의 인공지능 비서에 해당한다. 네이버는 클로바 소개 홈페이지를 통해 “심심할 땐 친구처럼 음성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클로바에 수집된 고객의 대화 내용을 사람이 직접 들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협력사인 그린웹 직원들이 고객 대화 내용을 듣고 이를 문자로 다시 입력하는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음은 고객이 클로바와 나눈 개인적인 대화에 해당한다. 이 문제는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네이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까닭이다.

또한, 네이버가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수집된 대화 내용을 직원(사람)이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클로바 이용약관 제4조(네이버 클로바 이용 데이터의 저장 및 활용)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용자에게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용자가 클로바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입력하는 데이터(음성명령 내용, 메모 내용, 커뮤니케이션 내용, 연동되는 기기(물건)의 위치 정보 등)을 저장해 클로바 품질 개선 및 성능 향상,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의 고도화 및 최적화 등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라고 명시했으나 정확한 활용 방식에 대한 설명은 기재하지 않았다. 

◇ 기업은 ‘왜’ 고객 대화 녹음할까

네이버는 “사생활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전사(말소리를 문자로 옮겨 적는 것) 작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직원과 별도로 보안계약서를 작성하고 작업자에게 전사 음성의 내용을 음성명령 단위로 쪼개서 배분해 작업자가 음성 내용 전체를 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용자 우려 사항 없이 서비스 품질을 높이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네이버는 △클로바를 호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 내용을 수집하지 않으며 △저장 후 7일이 지나면 데이터는 비식별 처리 및 파기, 삭제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비식별 처리된 내용 가운데 1%에 한해 협력사 직원이 전사 작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고객의 대화 내용 청취 논란은 인공지능 서비스 사업을 진행 중인 글로벌 IT기업에서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애플은 지난 8월 음성인식 비서 ‘시리’의 대화 내용을 무단으로 청취, 개인정보를 침해해 아이폰 사용자 일부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애플이 고용한 수백명의 외부 직원이 시리에 수집된 대화 내용을 전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서다. 이들 직원은 고객의 사생활이 담긴 음성 대화를 직접 듣고 시리가 작업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페이스북 또한 이용자 음성대화를 전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아마존에서도 같은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이들이 음성 대화를 녹음, 활용하는 이유는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고 제고하기 위해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용자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비서를 통해 일반 정보를 얻는 것뿐 아니라 사적인 일상 대화도 가능한 만큼 사생활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탓이다. 또한, 고객이 음성 대화 수집 여부를 결정할 수 없어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논란이 계속되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음성 인식 수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네이버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음성 명령어 저장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옵트아웃’ 기능을 국내 최초 도입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