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 뉴시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 바른미래당의 유일한 청문위원으로 나선 채이배 의원의 질의 내용에 당내 일각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채 의원의 질의가 주로 삼성 경영승계의 불법성 등 재벌개혁에 대한 조 후보자의 생각을 듣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조 후보자가 결코 법무부 장관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청와대가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즉시 국조·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그는 현 사태를 '조국 참사'라고 표현하며 "청와대는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이 도리"라고 비판했다. 또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 여부와 상관 없이 추석 전에 국조 요구서와 특검법이 제출될 수 있도록 청문회가 끝나는대로 관련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채 의원과 당내 유이한 법사위원인 오 원내대표가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일찌감치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채 의원은 사실상 당을 대표해 청문회에 참석한 인사였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청문회에서 채 의원이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추궁보다는 재벌개혁과 관련한 문답, 법무부 장관 직무수행과 관련한 질의에 집중하자 머쓱한 상황이 됐다. 청문회를 생중계로 지켜보는 국민들이 바른미래당의 당론이 정확히 무엇인지 헷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채 의원의 오전 질의를 살펴보면,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 기회를 얻자 "제가 재벌개혁에 관심이 많은 것 아시느냐"라고 운을 뗐고, 조 후보자는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채 의원은 "대법원 판결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해 부정 청탁이 있었고 경영 승계의 불법성을 확인했다. 승계 불법성에 관련해서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고, 조 후보자는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채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조 후보자는 "배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만일 이재용 부회장이 여기 있다면 부당 이득을 얻은 것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하시겠느냐"고 물었고, 조 후보자는 "재벌체제 개혁 문제에 이재용 회장이 앞장서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이후 채 의원은 조 후보자 딸의 입시부정 의혹을 언급하며 "(조 후보자 딸이) 결국 의대생이 됐고 의사가 될 거라는, 어려운 과정을 쉽게 간 것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라고 했으나, 채 의원의 질의를 지켜보거나 전해들은 일부 당내 인사들은 "다소 아쉬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바른미래당 고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채 의원은 손 대표와 달리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조국 비판을 잘 안 했다. 조 후보자를 강하게 부정하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며 "채 의원이 당의 전체적인 입장도 대변할 필요가 있었는데 아쉬운 느낌이 있다. 애매하게 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바른미래당 관계자 역시 "채 의원의 의정활동 성향이 주로 정책질의를 하는 편이라, 오전 질의에서 우선 조 후보자의 정책 검증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우리 입장에선 오 원내대표도 청문회에 들어가고, 채 의원도 조 후보자에게 송곳 질문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원내 전략이 어긋나게 된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대표들 발언을 통해 조국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채 의원 발언이 당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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