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앞두고 관계사 사내이사 ‘깜짝등판’… 복귀 시계 빨라지나
사측 “법인 청산 위한 수순… 청산 절차 책임지기 위한 선임”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원정 도박’, ‘법조계 로비’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내년 초 출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경영 복귀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 대표가 최근 관계사 2곳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 회사 측은 “청산 절차를 밟기 위한 수순”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정 전 대표의 속내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 경영복귀 신호탄?… 관계사 사내이사 ‘깜짝등판’
9일 업계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지난 7월 말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사인 세계프라임과 오성씨엔씨의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에 정 전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 국내 계열사 10곳 중 6곳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세계프라임과 오성씨엔씨 외 정 전 대표가 사내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네이처리퍼블릭온라인판매 △세계프라임개발 △쿠지코메스틱 △에스케이월드 등이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10월 100억원대의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후 2016년 6월 출소를 앞두고 있었지만, 변호사 로비 의혹에 휩싸였다. 이 사건으로 100억원대의 법조계 로비 및 횡령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재수감됐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 전 대표는 실형 선고 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른바 ‘옥중 경영’ 논란을 빚었다. 정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네이처리퍼블릭 지분 75.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한 정 전 대표의 부인인 정숙진 씨는 네이처리퍼블릭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때문에 옥중 경영을 이어오던 정 전 대표가 관계사 2곳의 사내이사에 추가로 선임된 것을 두고 경영 복귀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오성씨엔씨의 경우 지난해 12월 청산을 밝혔으나, 지난 7월 주주총회를 통해 이를 철회했고, 이와 동시에 정 전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정 전 대표의 사내이사 등재가 경영 복귀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 오해 소지 다분?… 사측 “청산 책임질 사람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해당 법인의 청산을 위한 사내이사 선임’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청산 절차를 위해 사내이사로 등재됐다는 설명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산 절차에 있어 대표이사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인 청산의 두 종류인 임의청산과 법정청산 모두 대표이사가 반드시 필요하진 않으며 대표이사가 공석일 경우 선임이사, 가장 연령이 높은 이사 등이 대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다만 임의청산의 경우 대표이사가 청산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는 대표이사에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법정청산의 경우 법원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는데, 대부분 변호사 등 법조 전문가 등을 선임한다”며 “만일 법정청산이 진행되고 있다면 사내이사로 올라온 것이 청산을 위한 수순과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옥중에서 굳이 이사로 선임된 것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현재 두 회사는 법정청산 절차를 밟고 있으며 법원에서 정 전 대표를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청산 과정이 잘못됐을 경우 법적 책임을 지기 위해 사내이사(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두 회사는 정 전 대표의 개인회사이며 이사는 정 전 대표 한 명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회사는 법원의 파산 선고를 받고, 운영을 하고 있지 않은 회사로, 예전부터 청산 절차를 진행하려 했으나, 정 전 대표의 대법원 판결과 등재임원 퇴사로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며 “법원의 의견에 따른 청산 수순을 밟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책임을 지고 청산하기 위한 사내이사 선임”이라며 “경영 복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