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철회 피켓을 들고 모이고 있다. / 뉴시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철회 피켓을 들고 모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결국 임명되면서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인사청문회에서 조 장관을 향한 파상공세를 벌였음에도 ‘한 방’을 터뜨리지 못했고, 오히려 청문회를 열어준 것이 조 장관 임명 절차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수사가 시작되면 한국당 지도부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은 9일 야권의 명확한 반대 의사에도 조 장관을 임명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망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검찰을 압박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지배하려하는 시도”라며 “한국당은 제 1야당으로서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켜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과 함께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 장관 임명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주재하고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투쟁 전략을 논의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광화문 집회를 시작으로 출퇴근 길 시민들을 공략하는 ‘출퇴근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천막투쟁 등 다양한 투쟁 방법도 병행해나가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토대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해임건의안과 특검법, 국정조사 등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대응방법도 총동원한다는 전략이다.

◇ 패스트트랙 수사 압박 속 지도력 시험대

하지만 이와 별개로 “지도부의 전략 미스”라는 당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가 ‘이틀 청문회’와 조 장관 가족 증인을 요구했다가 여야 합의 과정에서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결국 증인을 거의 부르지 못한 하루짜리 ‘맹탕 청문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당의 한 중진의원은 “겨우 증인 1명 불러놓고 증인신문을 하는 게 민망할 정도였다”며 “차라리 청문회를 끝까지 열지 말고 ‘청문회 없이 임명된 장관’이라는 리스크를 정권에 떠넘겼어야 했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야당은 들러리만 섰다는 것이 확인됐다. 얼마나 지은 죄가 많으면 들러리 섰겠나. 얼마나 야당이 깔보이면 저런 행패를 부리겠나”라며 “무슨 명분으로 판 다 깔아준 뒤에 국정조사와 특검을 외치나. 보여주기식 하는 쇼는 문 정권을 빼닮았다. 이제 야당에 대한 기대는 접는다”고 당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이 50%를 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당 지지율은 횡보 상태라는 점도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6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9월 1주차 주간집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0.1%p 오른 29.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조 후보자 관련 추가의혹에도 한국당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지는 못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도 변수다. 경찰은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국회법 위반 등 대규모 고소·고발 사건 18건을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고소·고발건에 연루된 현역 국회의원은 한국당 59명, 더불어민주당 35명, 정의당 3명 등 총 98명 중 한국당이 가장 많다. 수사 결과에 따라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수 있어 당내에서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인 강제 수사를 펼쳐온 검찰이 한국당의 국회법 위반 사건을 엄격하게 다루더라도 별다른 항의를 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홍 전 대표는 “현직 법무장관을 강제 수사하는 공명정대하다는 검찰이 야당 국회의원도 수사하겠다는데 국민들에게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나”라며 “야당 지도부는 지도자답게 지휘에 충실히 따라준 의원들을 벼랑으로 내몰지 말고 지도부만 검찰에 출석·조사 받고 나머지 의원들은 법적 책임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어라”라고 촉구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불법에 대항해서 싸웠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여기에 우리 의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됐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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