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래 ‘슈퍼콘’ 모델로 손흥민 발탁한 기호진 대리(빙과 BM-Brand Manager)
아이스크림 시장서 ‘손세이션’… 지난 5월, 올해 매출 목표액(150억원) 3분의1 달성 기염

지난 5일 서울 중구 빙그레 본사 4층 접견실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기호진 빙과부문 BM. 올해 초부터 슈퍼콘 담당자가 된 기 대리는 새 모델로 손흥민 선수를 기획해 성사시켰다.  / 시사위크
지난 5일 서울 중구 빙그레 본사 4층 접견실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기호진 빙과부문 BM. 올해 초부터 슈퍼콘 담당자가 된 기 대리는 새 모델로 손흥민 선수를 기획해 성사시켰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가는 여름이 다가오는 가을을 시샘하는 듯 늦은 장마비가 세차게 내린 지난 5일, 중구 빙그레 본사에서 만난 기호진 대리(빙과 BM-Brand Manager)는 ‘월드클래스’ 손흥민 선수를 슈퍼콘의 얼굴로 발탁한 인물이다. 인터뷰 초반 다소 경직된 표정의 기 대리는 얼마안가 기자의 입에서 축구 얘기가 나오자 긴장이 풀리며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인터뷰 중간중간 제스처도 취하며 올해로 입사 6년차에 들어선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한 대리의 모습이 드러났다.

◇ “손흥민 아니면 안 돼”… 꿈을 현실로 만든 ‘축덕’

기 대리는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축덕’이란 사실이 이미 알려졌다. 배우와 가수 등 연예인을 뒤로 하고 손흥민 선수를 홍보 모델로 점찍은 배경에는 기 대리의 이러한 ‘개취’(개인의 취향)가 작용했다. 그럼에도 그가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 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축구에 대한 애정을 독자들이 쉽게 체감할 만한 얘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학창시절 짧은 일화를 하나 소개해 줬다.

“역사적인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을 ‘직관’했다. 당시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친구와 함께 학교를 조퇴하고 경기가 열렸던 인천 문학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보러간다고 하니 학교에서 허락을 해 주더라. 다른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했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한 후 손흥민 선수 경기는 다 챙겨봤다. 이전까지는 맨유 시절 박지성 선수 경기를 봤다. K리그도 즐겨본다.”

이 정도면 축덕을 자처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어 기 대리는 친구들이 자신을 일컬어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평소 열렬하게 응원하던 스포츠 스타를 ‘일’로써 만나 큰 성공을 거뒀으니 그렇게 불릴 만도 하다.

그런 기 대리도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손흥민 선수와의 인연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 갑작스레 슈퍼콘 담당자가 되면서 손 선수와의 조우가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 대리는 손 선수를 만났던 감격스런 순간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빙그레 기호진 대리가 인터뷰 후 접견실 옆 빙그레 로고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 대리는 슈퍼콘 광고의 성공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 사진=범찬희 기자
빙그레 기호진 대리가 인터뷰 후 접견실 옆 빙그레 로고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 대리는 슈퍼콘 광고의 성공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 사진=범찬희 기자

“촬영 전날 설레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아침 9시까지 촬영장에 가야했는데 잠이 안와서 새벽에 겨우 잠들었다. 또 당시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손 선수와의 촬영을 앞두고 깔끔하게 다듬었다. 아쉽게도 손 선수와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악수 한 번 하고 ‘팬입니다. 영광입니다’ 두 마디 건냈다. 손 선수가 ‘감사하다’고 답해줬다. 그라운드에서는 왜소해 보였는데 직접 보니 체구가 크더라. 손 선수와 단 둘이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그러지는 못했다.”

기 대리가 ‘손흥민이 아니면 안 된다’는 배수의 진을 치는 전략으로 성사시킨 손흥민 발탁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슈퍼콘~’, ‘슈퍼콘~’이라는 다소 엉성한 가사의 CM송을 배경으로 손 선수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 광고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500만건을 넘으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복수의 유통사들이 손흥민 선수를 모델로 채용했지만, 슈퍼콘만큼의 파급력을 가져오지 못했다.

광고의 성공은 곧바로 매출로 직결됐다. 이미 지난 5월에 올해 매출 목표액(150억원)의 3분의 1을 달성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슈퍼콘은 국내 콘 시장에서 3위 자리에 올랐다.

서울 중구 빙그레 본사 1층 로비에 세워진 슈퍼콘 입간판. 최근 손흥민 선수와 계약이 종료된 빙그레는 손 선수와의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 종류 후에도 유예기간이 있어 손 선수를 활용한 홍보가 가능하다. / 사진=범찬희 기자
서울 중구 빙그레 본사 1층 로비에 세워진 슈퍼콘 입간판. 최근 손흥민 선수와 계약이 종료된 빙그레는 손 선수와의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 종류 후에도 유예기간이 있어 손 선수를 활용한 홍보가 가능하다. / 사진=범찬희 기자

◇ 콘 시장 ‘3위’ 등극… “슈퍼콘, 1위 자리에 올릴 것”

출시 1년5개월여 만에 거둔 성과다. 슈퍼콘의 등장으로 빙그레는 약점으로 꼽혔던 콘 아이스크림 부문의 약점을 완전히 메울 수 있게 됐다. 출시 초기 일본 제품과 유사하다는 논란에 휘말리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기도 한 슈퍼콘이다. 무려 100억원을 들여 4년이라는 산고 끝에 탄생한 슈퍼콘에 빙그레가 갖는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도한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이 같은 질문에 기 대리는 “많이 그렇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역시 “감수하고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며 “슈퍼콘을 5년 내로 콘 아이스크림 1위 자리에 올리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마침 인터뷰를 갖기 이틀 전 손흥민과의 계약이 종료 됐다(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당분간 홍보가 가능하다).

기 대리는 현재 손흥민 선수와의 재계약을 추진 중이다. EPL에서 슈퍼콘 광고를 접할 수 있으려면 손 선수와의 재계약이 성사가 우선이다. 최근까지도 손 선수의 소속 팀인 토트넘에서 빙그레 앞으로 업무 제휴 메일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BM을 꿈꾸는 대학생 및 취준생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건내 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그는 이 같이 말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다. 회사와 주변 유관부서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일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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