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위치한 통합 대통령 기록관. /뉴시스
세종시에 위치한 통합 대통령 기록관.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퇴임에 맞춰 개별 기록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총 1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부지 매입비와 설계비, 공사 착공비 등 32억1,600만원이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돼 국회에 제출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이른바 ‘문방궁’(문재인 아방궁)을 만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 기록관은 대통령의 재직기간 생산된 공공기록물을 영구 관리하는 기관이다. 지난 2016년 세종시에 통합 대통령 기록관이 만들어져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물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기록관이 공개를 결정한 기록물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얼마든지 열람이 가능하다. 또한 전시실을 마련해 역대 대통령들의 업적들을 견학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 기록관이 반드시 세종시에 위치한 통합 대통령 기록관에 설치할 것이 강제되진 않는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개별 대통령 기록관을 설치할 수 있다. 국가기록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별 기록관을 만드는 방안을 지난 1~3월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과 협의했고 지난 5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개별 기록관이 설치될 경우 기록관장은 해당 전직 대통령이 추천권을 가진다. 기록관 위치는 부산과 양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개별 기록관 설치를 결정한 배경에는 전직 대통령들의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계가 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생산했던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가져왔었는데, 이를 두고 보수진영으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부 기록물을 자신의 개인 사무실이 위치한 영포빌딩으로 가져온 것도 문제가 됐었다. 개별 기록관을 원하는 위치에 설치하고 관장 추천권을 행사한다면 이 같은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세종시 통합 대통령 기록관이 포화상태에 있다는 점도 개별 기록관 설치를 검토한 이유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세종시 통합 기록관은 서고 사용률이 83.7%에 달해 문 대통령 기록물 추가 이관을 위해서는 증축이 불가피하다. 매번 증축을 할 경우 오히려 개별 기록관 설치 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행안부는 “보존 부담을 분산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며 “기록물 통합관리를 통합-개별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예산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예단키 어렵다. 건립비용만 현 통합 기록관 1년 예산의 2배가 넘고, 향후 운영비까지 감안하면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이 스스로 기념관을 짓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들 먹고 살기 힘든데 아직 임기 절반이 남은 현직 대통령이 국민 세금으로 기록관을 짓겠다고 한다”며 “생전에 동상을 세우거나 기념관을 짓는 것은 자신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전체 건립비만 172억원에 달해 멀쩡이 운영 중인 현 기록관의 1년 예산인 77억원의 두 배”라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과거 어느 대통령도 재임기간 중 자신의 기록관을 짓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 모두 대통령 기록관에서 통합 관리돼오고 있는데, 국민 세금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진나라 시황제가 지었던 아방궁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방궁을 짓겠다는 것이냐. 문방궁 기록관은 명분도 없고 국민에게 어떤 이익도 없는 세금낭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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