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한국거래소가 본부장 선임을 앞두고 ‘낙하산 시비’에 휘말렸다. /한국거래소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거래소가 본부장 선임을 앞두고 ‘낙하산 시비’에 휘말렸다.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주요직 본부장으로 선임될 수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 노동조합이 발끈하고 나섰다.  

◇ 차기 파생상품시장본부장에 금피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지부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20일 이사회를 거쳐 10월 중 주주총회에서 차기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전임 본부장의 임기는 각각 7월과 9월 초 만료된 바 있다.  

차기 본부장 후보를 두고 안팎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시장본부장에 금융감독원 고위직 출신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이 같은 인사설에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거래소노조(이하 노조)는 10일 성명서를 내고 ‘낙하산 인사’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한국거래소 상임이사로서 각각 하루 평균 18조원의 증권, 41조원의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양대 자본시장의 최고책임자”라며 “이 같은 위상이 무색하리만치 선임절차는 불공정·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배경으로 ‘낙하산 인사’를 지적했다. 노조는 “거래소 임원 인사는 ‘금피아(금융위+마피아)’들만을 위한 ‘낙하산 품앗이’의 일부로 전락했다”며 “금피아의 고시 기수와 SKY학번이 금융기관 임원 번호대기표가 된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거래소 이사장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했다. 노조는 “‘시장’이 아니라 ‘사람’에 충성하는 거래소 이사장도 문제”라며 “주주들은 일찌감치 90% 이상 의결권을 거래소에 백지 위임하고 이사장은 임원 후보자를 단수 추천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사장 추천이 곧 임명이다. (그런데) 정작 추천 기준과 절차는 비밀에 부쳐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노조 측은 “거래소 이사장은 먼저 금융회사와 상장기업 수준으로 임원추천 절차와 기준을 정비한 이후, 공정‧투명하게 시장본부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거래소 내 낙하산 인사 논란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거래소 이사장은 물론, 본부장을 선임할 때도 시비가 잇따랐다. 재정경제부나 금융당국 출신 관료 인사가 선임되는 사례가 많아서다. 지난 7월 임기가 만료된 이은태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금감원 출신이다. 그가 2016년 본부장으로 임명될 때도 낙하산 시비가 일었던 바 있다. 

파생상품시장본부장직은 최근 몇 년간 내부 출신이 선임되면서 이 같은 논란에서 비켜가 있었다.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의 경우 2014년 김원대 전 본부장을 시작으로 줄곧 내부 인사가 맡아왔다. 그런데 또 다시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낙하할 것으로 소문이 돌면서 노조의 반발을 부른 모습이다. 노조의 우려대로 과거의 인사 관행이 재현된다면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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