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의원들이 추석을 이틀 앞둔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의원들이 추석을 이틀 앞둔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폈다. 11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귀성 인사에 나선 손 대표는 비당권파의 사퇴 압박 등 복잡한 당내 문제를 잠시나마 내려놓고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손 대표와 임재훈 사무총장, 채이배 정책위의장, 이행자 사무부총장 등 당 관계자 30여 명은 이날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진행했다. 오전 11시 45분께 서울역내 3층에 모습을 드러낸 손 대표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유지하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남녀노소 귀성객들은 손 대표를 향해 대체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 한 중년 여성은 손 대표에게 "조국 (법무부 장관) 때문에 나라를 다 망친다"며 "정치인들이 나서서 빨리 살려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순회 도중 인도네시아인 가족을 만난 손 대표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 주변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손 대표는 당 차원에서 사전 준비한 책자를 귀성객들에게 손수 나눠주기도 했다. 책자에는 △미세먼지 법안 주도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 통과 주도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주도 등 정책 성과를 담았다. 또 조 장관의 자진사퇴 및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문재인 케어 등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손 대표의 밝은 분위기는 꼭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조국 여파가 국민적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손 대표와 바른정당계 중심 비당권파의 내홍 문제가 비교적 수그러든 측면이 있어, 조국 정국이 손 대표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0일 손 대표를 찾아 '반(反)조국 연대' 협조를 요청한 것도 당내에서 리더십을 위협받고 있는 손 대표로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 손 대표는 황 대표의 요청에 화답하듯, 추석 연휴인 12일·14일 저녁 7시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가용 가능한 당력을 총동원해 촛불집회에 나설 계획이다. 황 대표도 같은 날 광화문에서 1인 시위에 나선다. 다만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이날 촛불집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 역시 이날 귀성 인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 원내대표가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느냐는 질문에 "참석을 강요할 수 없다"며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국민들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돌려 말했다.

그럼에도 추석을 기점으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시한폭탄처럼 재점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전히 손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추석까지 당 지지율 10%를 얻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는 이른바 '추석 10%' 약속이다. 하지만 이날 바른미래당 관계자에 따르면, 손 대표는 '추석 이후'인 다음주 일정 관련 청사진을 이미 그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사퇴 의사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사실상 추석 이후에도 사퇴는 없다는 뜻이다.

과연 추석 이후에도 손 대표의 '웃음'을 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계 하태경 의원은 지난 1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하 의원은 "추석 10%, 손 대표 본인의 양심에 따라서 (사퇴)하실 거라고 본다"며 "당내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게 당의 대다수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예롭게 (사퇴) 할 수 있도록 (하겠지만), 그게 잘 안 되면 추석 뒤에 우리도 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하 의원은 '새 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당내에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집단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손 대표로서는 추석 이후 비당권파와의 전면전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