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이 나흘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공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연휴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조 장관 이슈를 최대한 끌고 가는 것이 한국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 장관 딸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한국당 내부에서도 잇따라 자녀 관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한국당은 추석 연휴 전날인 11일에도 조 장관 사퇴 공세를 이어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대한민국 헌정상 최악의 후안무치 정권이다. 최소한의 국민 눈치도 볼 줄 모르는 안하무인 정권이다.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정권”이라고 했다. “‘조국 장관’이라는 말이 잘 안 나온다”며 조 장관의 현재 직함 대신 ‘전 민정수석’이라는 이전 직함을 달아 부르기도 했다.

조 장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한 한국당은 내부적으로 20대 국회 정기국회 일정과 연계시키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더 이상 순항하기 어려운 정도의 이런 상황에 이른 것 아닌가”라고 언급한 나 원내대표는 “실질적으로 이제 국회는 조국 파면과 문재인 정권의 무도함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금 더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 전열 흐트러진 한국당… 내로남불? 물타기?

하지만 정작 당내는 나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아들 논란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CBS노컷뉴스는 나 원내대표의 아들 김모씨가 미국 고교 재학 중 나 원내대표와 가까운 서울대 교수의 도움으로 과학 경진대회 1등상을 수상했고, 이후 예일대에 진학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래퍼로 활동 중인 장 의원 아들 장용준씨는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가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섰다.

한국당은 김씨 특혜 의혹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민사소송과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모든 절차를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나 원내대표 아들 관련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악의적인 명예훼손성 보도에 대해 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아들은 조국 딸과 달리, ‘논문’을 쓴 적이 없고, 논문의 저자가 된 적도 없다. ‘포스터’를 작성하여 제출했을 뿐이다. 또한 인턴으로 근무하지도 않았으며, 과학경진대회 출품을 위해 본인이 직접 실험과 연구를 모두 수행했고 과학경진대회에서 발표 및 질의응답의 과정을 거쳐 당당하게 2등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용준이는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곧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더 이상 악의적 의혹 부풀리기와 허위사실 보도를 한다면 반드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을 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일일이 해명하느라 조 장관을 향한 당의 투쟁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연구논문도 아니고 본인(나 원내대표 아들)이 포스터를 작성했다는 증거가 있는데 갑자기 ‘특혜 의혹’으로 불거지는 것은 물타기”라며 “마치 조국 딸 의혹과 비슷한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 아들 의혹이 불거진 10일부터 적극적으로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당이 특검과 국정조사보다 먼저 추진하려는 조 장관 해임건의안은 벌써부터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헌법에 따라 국회는 대통령에게 국무위원 해임을 건의할 수 있지만,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1이상의 동의로 발의해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이날 기준 국회 재적의원은 297명으로, 조 장관 해임건의안은 99명의 동의가 있어야 발의할 수 있고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149명이 필요하다. 한국당 의석수가 110석이라는 점에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라는 조건이다. 바른미래당과 연대를 하더라도 134명(박선숙·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제외)으로 15명이 더 필요하다. 민주평화당, 대안정치연대, 우리공화당, 민중당, 무소속 의원들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는 해임건의안에 부정적이다. 조 장관이 이미 임명된 만큼 민생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더라도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다면 다시 한 번 한국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평화당 등에서 요구하는 것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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