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삭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야권의 반대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다. 지난 12일과 14일, 2번의 1인 시위에 이어 한 단계 더 투쟁력을 높이기 위해 택한 방식이다. 인사청문회 등 ‘조국 정국’에 대한 당의 전략이 실패했다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도 읽힌다.

황 대표는 1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삭발투쟁’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삭발식을 진행했다. 황 대표가 삭발을 시작하자 분수대 앞에는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삭발식에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도읍 당대표 비서실장, 김성태 전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비롯해 중진의원 등 많은 당 소속 인사들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전희경 대변인은 “어쩌면 우리의 노력은 국민의 분노보다는 매우 작은 몸부림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어떤 것이라도, 어떤 행동이라도 하는 것”이라며 “어쩌면 문재인 정권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잊히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잊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를 위해 그렇게 할 수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바꿔야 한다. 지금의 자리는 그 시작이자 거대한 물줄기의 물꼬”라고 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과 조국의 사법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는 오늘 제1야당의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저의 뜻과 의지를 삭발로 다짐하고자 한다. 저는 투쟁을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했다.

◇ “무능한 장수” 당내 비판 극복할까

삭발 시위는 황 대표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점퍼 차림으로 등장했다. 평소 ‘노타이’(넥타이를 착용하지 않은 차림)로 양복을 입었던 것과 비교하면, ‘투쟁 모드’를 강조하기 위한 차림새였다. 황 대표는 비공개 회의 때 삭발 투쟁을 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장소의 상징성을 감안해 광화문에서 하는 것도 논의됐지만, 문재인 정부에 직접적인 항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뜻에서 청와대로 정했다.

그동안 보수야당의 지도부가 단식투쟁을 벌인 적은 있지만, 삭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강한 투쟁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조국 전략 실패’라는 당 지도부를 향한 내부 비판 여론을 돌리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삭발 투쟁은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처음 시작해 박인숙 한국당 의원으로 이어졌다. 당 지도부의 ‘조국 전략’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해왔던 홍준표 전 대표는 이 의원의 삭발 시위 직후 “야당 의원들은 이 의원의 결기 반만 닮았으면 좋겠다”라며 “조국 대전에 참패하고도 침묵하고 쇼에만 여념 없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가 딱하다. 메신저가 신뢰를 잃으면 어떤 메시지도 전달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른 글에서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야당은 특단의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현직 장관 임명 철회’는 야당 입장에서 관철시키기 어려운 요구다. 하지만 한국당은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조국 사태’를 끌고 가기 위한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 장관 청문회 등 임명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여당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한국당 지지율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선 삭발·단식 등 강경투쟁과 함께 정기국회에서 무당층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시작하면 조국 국정감사부터 해서 조국 문제를 바로잡는 데 전 힘을 다하도록 하겠다. 조국 문제를 바로잡는 것은 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조국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정기국회에서 저희 당 의원들께서 가열찬 투쟁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당층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여기서 한국당이 더욱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무당층 지지를) 흡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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