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림 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사진)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현대일렉트릭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현대일렉트릭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계속되는 적자와 치솟은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영정상화 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은 물론, 고강도 구조조정도 추진키로 했다. 지휘봉을 잡은 정명림 대표이사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 유상증자ㆍ자산매각ㆍ구조조정 카드 꺼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은 16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대대적인 자금 마련 및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우선 이날 이사회를 열고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시안을 결의했다. 

현대일렉트릭에 따르면 유상증자는 구주주 청약 후 일반 공모방식으로 진행되며 할인율은 20% 적용된다.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일렉트릭 청약 배정주식에 120%까지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6월말 기준 현대일렉트릭의 지분 37.74%를 보유 중이다.  

이와 함께 현대일렉트릭은 마북리 연구소 용지 매각에 이어, 울산공장 신설 공장 부지 등의 자산 매각으로 1,5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나선다. 현대일렉트릭은 우선 영업·연구개발(R&D)·경영 등 6개 본부 체제를 없앤다. 또 각 사업 부문도 20개에서 4개로 대폭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부서통폐합 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다. 

임원수도 크게 줄인다. 현대일렉트릭은 전 임원에게 일괄 사직서를 받고 조직 개편 마무리 후 재신임 절차를 밟아 임원 40% 정도를 축소할 방침이다. 또 현대일렉트릭은 외부 경영진단을 통해 각종 불필요한 비용 요소들을 제거해 연 5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명림 대표는 이번 조치에 대해 “대표이사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가능한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국내·외 시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고강도 자구계획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의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부문이 인적분할 돼 설립된 회사로 발전설비, 송변전설비, 배전설비, 전력제어기기 등을 제조하는 곳이다. 독립 법인이 된 후 현대일렉트릭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발전 및 송배전 투자 감소, 중동 수주 부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이슈 등이 겹치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결기준 1,00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올 상반기에도 9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 ‘실적‧재무구조 개선‘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정 대표는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품고 지난해 8월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사다. 정 대표는 1983년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 입사해 30여 년간 고압 차단기 및 변압기 설계·생산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취임 직후 그는 희망퇴직 등을 추진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힘썼다. 하지만 실적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이번에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마련하는 상황까지 맞이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을 통해 마련되는 자금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6월말 기준 현대일렉트릭 부채비율은 214%다. 회사는 차입금을 대거 상환해 부채 비율을 100%대로 낮출 계획이다. 

다만 이번 조치는 주식 시장에는 적잖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유상증자 계획 발표 후 현대일렉트릭의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일렉트릭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3.03% 하락한 1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사들도 현대일렉트릭에 대한 목표주가 하향에 나섰다. 대신증권은 이날 현대일렉트릭에 대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1만7,000원에서 1만5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견은 ‘중립’에서 ‘매도’로 낮췄다. DB금융투자도 유상증자 실시가 주가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만7,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발행주식수 대비 77.1%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은 주가 희석 요인”이라며 “유상증자 이슈가 마무리되고 점진적으로 업황과 회사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수장인 정 대표의 리더십도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경영정상화 작업의 성패에 따라 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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