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계단앞에서 단식 농성중인 이학재 의원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계단앞에서 단식 농성중인 이학재 의원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는 자유한국당의 삭발 투쟁이 ‘릴레이’ 형식으로 번져가고 있다. 당초 삭발을 당의 공식 투쟁 전략으로 정했던 것은 아니지만, 박인숙 의원과 황교안 대표의 삭발이 ‘릴레이 삭발’에 불을 지핀 모습이다. 17일에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강효상 의원이 차례로 동참했다. 당 내부에선 다음 삭발 주자를 정하느라 분주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같은 당 이학재 의원은 3일째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황 대표가 삭발 투쟁을 했다. 2019년 대한민국에서 제1야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저항의 뜻으로 삭발을 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일”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황 대표가 삭발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했다. 김 전 지사는 삭발 후 눈물을 보이며 “지금 나라도 망가졌고 언론도 망가졌다. 검찰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당은 더 강력한 투쟁으로 문재인(대통령)을 끌어내고 조국(장관)을 감옥으로 보내는데 더 힘차게 나서주길 바란다”면서 “(대한민국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라와 우리 어린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 머리밖에 깎을 수 없는 미약함을 용서해달라”고 했다.

강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동대구역 앞에서 삭발 시위를 벌였다. 그는 “조국은 장관 자격도 없고 사법개혁의 적임자는 더더욱 아니다. 조국의 행위는 하루 빨리 청산돼야 할 구태이자 개혁대상”이라며 “문재인 위선 정권을 쓸어버릴 거대한 민심의 쓰나미에 비하면 오늘 저의 삭발은 아주 작은 저항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저를 비롯한 한국당 전원이 기꺼이 밀알이 되겠다”고 다음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 나경원의 ‘조국 대전’ 장기화 전략

원내에선 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국회 정상화 ‘줄다리기’가 계속 되고 있다. 한국당은 이번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조 장관이 국무위원 자격으로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조 장관 파면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조 장관의 ‘국무위원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초 이날 진행할 예정이었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대표연설도 무산된 상황이다.

하지만 국회가 장기적으로 파행되는 것은 한국당으로서도 부담이다.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어떻게든 국회를 열어 원내투쟁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가 대표연설 일정을 미루고 나머지 일정을 정하자는 ‘역제안’을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는 “(민주당·바른미래당과 다시 일정 합의를 한다면) 정기국회 일정을 마무리하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쪽으로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역시 ‘조국 청문회 2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청문회의 대상자로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질문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조 장관의 대정부질문) 참석은 허용할 수 있다”며 “상임위별 국정감사에서도 조국을 이슈화 할 것”이라고 했다.

당 차원의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 기구를 출범시켜 ‘공정’이라는 가치에 걸맞은 입법·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도 원내 투쟁 방침 중 하나다.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 중 하나인 자녀 입시 특혜 논란의 핵심이 ‘공정성 훼손’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공동위원장을 맡게 될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좌파 정권이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태어날 때는 ‘공정’을 얘기했지만, 추한 탐욕과 불의가 다 드러나고 있다. 이런 국민 분노에 부응하고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받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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