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촉구 삭발식을 마친 이주영 국회부의장을 격려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내대표, 황교안 대표, 이주영 국회부의장, 심재철 의원. / 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촉구 삭발식을 마친 이주영 국회부의장을 격려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내대표, 황교안 대표, 이주영 국회부의장, 심재철 의원.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자유한국당의 삭발 투쟁이 연일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삭발로 끌어올린 투쟁력을 결집시킬 ‘다음 스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삭발은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경한 수준의 투쟁 방식이지만, 110석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으로서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 정국’ 이후 늘어난 무당층을 한국당 지지층으로 흡수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시작한 ‘조국 임명 규탄’ 삭발은 한국당 박인숙 의원과 황교안 대표로 이어지며 릴레이 성격을 띠게 됐다. 17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 강효상 의원에 이어 18일에는 중진인 심재철·이주영 의원도 가세했다. 한국당 소속 창원시의원 4명도 이날 조 장관 임명을 비판하며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오는 19일에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삭발을 예고했고 일부 초재선 의원들도 참여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릴레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려도 감지된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5명의 의원이 집단 삭발을 했다가 ‘일회성 이벤트’로 잊힌 사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 ‘패스트트랙 항의 삭발’에는 김태흠·박대출·성일종·윤영석·이장우 의원이 참여했지만,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정국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파급력도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당내에선 ‘후속조치’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황 대표의 삭발을 “야당 대표의 결기”라고 치켜세웠던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대표의 결의가 1회성이 안 되려면 비상 의원총회라도 열어서 당대표의 결연한 의지를 뒷받침하는 비장한 후속대책이나 빨리 마련하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당의 삭발 투쟁은 황 대표 이후 주목도가 하락하는 모습이다. ‘릴레이 형식’이 오히려 여론의 관심을 “다음 주자는 누구인가”에만 쏠리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삭발한 황 대표의 모습을 합성한 패러디가 유행하는 등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희화화되는 부분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 무당층 흡수할 ‘대안정당 묘수?’

한국당은 ‘조국 공세’를 활용해 정부여당 지지층에서 이탈한 표를 한국당 지지층으로 돌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조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이 중도층의 실망을 불렀다는 점에서 공정·정의 가치를 제도화하기 위한 당 기구 ‘저스티스 리그’를 출범시킨 것, 문재인 대통령 지지로 이어졌던 ‘광화문 촛불 시위’를 재현한 것 역시 이탈표를 공략하기 위한 맥락이다.

특히 정부여당 이탈표를 흡수하기 위해선 ‘친박’(친박근혜) 등 계파청산과 함께 인적교체도 따라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부여당의 지지를 철회한 분들이 한국당에 오려면 탄핵 문제를 확실히 정리하고 계파 문제도 정리를 하고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21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기조가 공천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무당층의 지지를 우리에게로 전환하기 위해선 결국은 우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정책으로 제시할 수도 있고 결국 인물교체도 필요하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헌신과 희생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일단 한국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띄웠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조 장관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조 장관 임명 후 처음으로 구체화한 원내 전략이다. 당초 추진하려던 해임건의안과 특검법은 이후 실효성을 따져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국정조사를 중심으로 투쟁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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