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요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사적 공간인 SNS에 산업계가 안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더니, 경제인과 언론이 지켜보고 있는 공식 회의석장에서도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정쟁에만 매몰돼 경제를 등한시 하고 있는 정계를 향해 ‘경제는 버려진 자식인가’라며 작심한 듯 비판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과 미‧중 무역 분쟁, 사우디 아람코 시설 테러로 대외 불안 요소가 커진 가운데서도 여야가 합심해 난국을 헤쳐 나가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치권의 ‘뼈’를 또 다시 가격했다. ‘참담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자칫 비판의 대상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 실제 박 회장은 앞서 자신의 SNS에 과도한 규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이는 누가 보더라도 문 정권을 향해 던진 돌직구다.

글로벌 비즈니스 전장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작금의 정치상황은 그저 소모적인 힘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당면한 민생·경제 현안들은 뒷전으로 미룬 채 ‘삭발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는 야당, 정권 비호에 올인 하고 있는 여당과, ‘조국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인 청와대 모두에게 섭섭함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들 것으로 헤아려진다.

정치권도 딱히 할 말은 없는 모양이다. 수긍할 수밖에 없는 말들만 나와서인지 박 회장의 발언에 대해 어디서도 불쾌함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수위를 넘었다’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관련 기사마다 ‘사이다 발언’이라며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박 회장이 제대로 뼈를 때리긴 했나보다. 언론들도 박 회장의 발언에 정치권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지원사격 하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고는 하지만 특정 인물이 사회관계의 총체인 경제에 우선할 수는 없다. 국민들도 서서히 ‘조국 블랙홀’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정부와 여야가 산업계의 고언을 들어야할 때다. 경제를 챙길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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