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김태훈)이 베일을 벗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김태훈)이 베일을 벗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인천상륙작전 D-1, 이명준 대위(김명민 분)가 이끄는 유격대와 전투 경험이 없는 학도병들을 태운 문산호는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인 장사상륙작전을 위해 장사리로 향한다.

작전에 참여한 인원의 대부분은 2주간의 짧은 훈련 기간을 거친 평균나이 17세, 772명의 어린 학생들. 낡은 장총과 부족한 탄약, 최소한의 식량만을 보급 받은 그들은 문산호를 타고 장사 해변에 상륙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상륙 당시 태풍을 만나 문산호가 좌초되는 등 여러 차례 이어진 난관과 악조건 속에서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나라를 위해 치열한 전투를 시작한다.

반드시 알아야 할, 기억되지 않은 역사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772명의 학도병들의 기밀 작전을 다룬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김태훈)의 이야기다. 한국전쟁 중 기울어진 전세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었던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양동작전으로 진행된 장사상륙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에서 이명준으로 분한 김명민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에서 이명준으로 분한 김명민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일반적인 전쟁영화와 달리 104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연출이 돋보인다. 불필요한 설명 없이 첫 장면부터 장사상륙작전이 개시된 69년 전 그날 밤 문산호로 들어가 관객을 단숨에 극으로 끌어당긴다.

전쟁영화답게 학도병들의 치열했던 전투를 현장감 있게 그려내는 것은 물론,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진정성 있게 담아내 마음을 흔든다. 특히 멋과 화려함을 배제하고, 실화를 실화답게 풀어낸 점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영화적 재미를 위한 극적인 장치나 자극적인 설정 대신, 각기 다른 사연을 지녔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학도병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스크린에 담아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대신해 거대한 포화 속으로 뛰어든 학도병들의 뜨거운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에서 열연을 펼친 김인권(왼쪽)과 곽시양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에서 열연을 펼친 김인권(왼쪽)과 곽시양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들은 진정성이 담긴 연기로 제 몫을 다한다. 유격대를 목숨 걸고 이끄는 이명준 대위를 연기한 김명민을 필두로 중요한 작전의 순간 묵묵히 앞장서는 일등 상사 류태석 역의 김인권, 위기의 상황에서 뛰어난 책임감으로 학도병을 이끄는 중대장 박찬년으로 분한 곽시양이 극의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최민호(최성필 역)·장지건(국만득 역)·이호정(문종녀 역)·이재욱(이개태 역) 등 학도병으로 분한 라이징 스타들이 극을 빈틈없이 채운다. 특히 김성철의 활약이 눈에 띈다. 최성필과 신경전을 벌이는 에이스 학도병 기하륜으로 분한 그는 곽경택 감독과의 특훈으로 완성된 경상도 사투리 연기는 물론, 반항기 가득한 눈빛부터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완벽 소화하며 진가를 드러낸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에서 기하륜을 연기한 김성철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에서 기하륜을 연기한 김성철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메가폰을 잡은 곽경택 감독은 “옛날 사진 한 장을 봤다”며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인물의 한창 꽃다운 학생 시절 모습이었고, 지금은 할아버지가 됐다. 하지만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희생 당한 분들이 너무 많다”며 “이 작품을 통해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몰랐던 역사를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오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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