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역 주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철회 촉구 대국민 서명운동에서 손학규 대표가 시민들에게 조국 임명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서울 여의도역 주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철회 촉구 대국민 서명운동에서 손학규 대표가 시민들에게 조국 임명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나라를 뒤흔든 '조국 정국'이 두 달째로 접어들어가는 가운데, 바른미래당은 때아닌 '하태경 정국'으로 계파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손학규 대표는 당내 '고름 짜기'는 단념한 듯 장외 조국 비판 운동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손 대표의 행보를 놓고 당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사실상 비당권파와 갈라설 마음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내다봤다.

손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역 근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손 대표는 조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사모펀드 투자 등 갖가지 비리 의혹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을 물러나게 하지 않으면 나라가 큰일난다"며 "나라가 이렇게 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대표는 다음날 광화문 촛불집회에도 나설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미 조 장관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정했다. 당 대표로서 조 장관의 부적격성을 거론하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계파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는 손 대표가 거리에 나가 아무리 조국 반대 운동을 해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내부 문제가 없을 때보다 힘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손 대표만이 아니라 원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오신환 원내대표가 긴급 의총 열어도 10명도 안 모이는 상황 아닌가. 서로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이 이른바 '하태경 정국'이 된 발단은 지난 18일 하태경 최고위원의 과거 '정신 퇴락' 발언과 관련한 당 윤리위원회의 '직무정지 6개월' 징계 의결이다.

바른정당계 중심 비당권파는 "최고위원 과반이 불신임한 윤리위원장이 내린 징계는 무효"라며 거세게 반발한 반면, 당권파는 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리위원장 불신임 효력 발생 시점 등과 관련해 당헌당규를 놓고 계파 간 해석이 엇갈리는 등, 하 최고위원 징계를 놓고 당내 중진들의 진흙탕 싸움이 연일 대국민 생중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당권파는 손 대표의 퇴진과 하 최고위원 징계 철회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당권파는 퇴진 불가 입장을 견지하며 단독기구인 윤리위의 결정도 당 대표 권한으로 철회할 수 없는 문제라며 서로 한 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메아리가 없는 함성 아닌가"라며 "혼자 소리를 내고 있는데 메아리가 없기 때문에 서로 함께 하기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당내 갈등 봉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만큼 분당설 역시 대두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그간 공개 석상에서 당내 화합과 통합을 언급했던 손 대표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권파 측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내분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은 데다, 지금도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는데 손 대표도 안에서 싸움만 하고 있을 수 없지 않겠느냐"며 "(비당권파가) 판단력을 되찾으면 좋겠지만 내분은 종결이 안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당권파 분들이 직접 손 대표에게 '함께 하기 어렵겠다'는 뜻을 전하면 전향적인 답을 줄 것"이라며 "비당권파도 당장 탈당을 결정하진 않겠지만, 이대로 계속 가면 언젠가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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