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대부사 산와대부(브랜드 산와머니)가 신규 대출을 중단한지 어느덧 7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내 대부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일본계 대부사 산와대부(브랜드 산와머니)가 신규 대출을 중단한지 어느덧 7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이 같은 대출 중단 장기화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에 일각에선 ‘사업 철수설’ 등이 제기될 정도로 뒷말이 무성하다. 그럼에도 산와머니는 쉽사리 대출영업 재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 안 하는 건가, 못 하는 건가 

산와머니는 지난 3월 1일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회사는 수개월째 대출에 대한 원리금 회수만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 같은 대출 중단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대부사가 이렇게까지 대출 영업을 오랜 기간 멈춘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와머니가 밝힌 공식적인 대출 중단 이유는 ‘건전성 관리’였다. 치솟은 대출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같은 설명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하다 보니 연체율이 높은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다만 대출을 장기간 중단한다고 이 문제가 크게 개선된다고 보긴 어렵다. 질 좋은 신규 대출을 늘려서 건전성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 오히려 연체율이 치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산와머니의 대출 중단이 업황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업계는 법정최고금리 이자율이 계속해서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대부업법 제정 후 연 66%로 정해진 이래 꾸준히 낮아져 2007년 49%,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 2016년 27.9%에 이르렀다. 지난해 2월 정부는 다시 법을 개정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까지 낮췄다. 또 당국은 최고금리를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 연 20%까지 낮출 계획도 세운 상태다.  

산와머니는 2002년 한국 대부시장에 진출한 후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펼쳐 고속성장을 해온 곳이다. 연체율 증가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고금리 신용대출로 수익을 내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앞으로 이런 전략이 구사하기 여의치 않아졌다. 이에 대출 규모를 늘려도 큰 수익을 가져갈 수 없게 되자 신규 대출을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산와머니는 업황 악화에 따른 애로사항을 인정했다. 산와머니 관계자는 “이전에는 대출 부실율이 치솟아도 높은 금리를 받았기 때문에 이익을 낼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며 “대부업은 조달금리가 높다. 원가 부담이 높아서 현 금리 수준으로 대출을 실행하면 손해다. 큰 수익도 안 나는데 대출을 늘려 부실을 더 키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실적 악화가 당장 확인된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 공개된 지난해 실적을 보면 오히려 이익은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산와머니의 당기순이익은 3,431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1,984억원)보다 72.2% 증가한 규모다.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호소했지만 이익은 크게 개선됐다. 이자수익도 1조1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가량 늘었다. 대출금 이자 수익이 소폭 줄었지만 대출채권처분이익과 기업대출채권이자수입이 확대되면서 전체 이익이 늘었다. 산와머니는 작년 수익 이익 증가 대해 “피나는 비용 절감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 연체율 보다는 수익성이 문제  

산와머니는 2017년부터 대대적인 점포통폐합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35곳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현재 전국에 점포는 20개 안팎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점포 축소 과정에서 임직원들도 대거 줄어든 상태다. 

산와머니는 2017년부터 전국의 지점을 대거 통폐합하고 있다. /산와머니 홈페이지 갈무리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영업을 이렇게 장기간 중단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산와머니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무성하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고배당 정책도 이 같은 의심을 키웠다. 회사 측은 세금 이슈 때문에 불가피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면서 배당은 늘리는 엇박자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 사업 철수설에도 대출 재개 불투명 

산와머니는 ‘시장 철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산와머니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업 철수는 검토하지 않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사업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산와머니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어 업황이 많이 힘들어졌다”며 “현재로선 외형을 키운다는 것은 모험”이라고 말했다. 대출 재개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산와머니 관계자는 “언제 대출이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산와머니의 대출 외형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자산은 2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대출 규모가 최근에는 1조7,000억원까지 축소된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산와대부가 대출금 회수에만 집중하고 있어 앞으로 대출 규모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대출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 곳은 산와머니 뿐만 아니다. 중소형 대부사들도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선 이런 흐름에 대해 한편으론 우려를 보내고 있다. 대부업에서조차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선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신용층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이 공급이 되고 있는데다 저축은행으로 고객이 이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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