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품이 지난 2017년 선보인 '심천수'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애를 먹고 있다. / 정식품.
정식품이 지난 2017년 선보인 '심천수'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애를 먹고 있다. / 정식품.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정식품의 생수 사업 앞날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심천수’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업계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 안착에 더욱 애를 먹게 됐다.

◇ '단돈 10원'이라도 싸게… 

유통업계의 ‘물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상위권에서는 치열한 순위 쟁탈전이 펼쳐지고 있으며, 후발업체들의 등장으로 인해 중하위권 점유율 싸움도 가열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37년 만에 석수 브랜드를 정비했고, 오리온이 하반기 ‘제주용암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워홈도 ‘지리산수’로 생수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삼다수’(광동제약), ‘아이시스’(롯데), ‘백산수’(농심)가 전체 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생수 시장에 신규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건 ‘판’이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3% 커진 1조3,000억원대를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최근 성장 속도에 비춰봤을 때 2023년경 2조원대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사가 아닌 유통 전문 업체들도 생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규제와 온라인에 치여 매출 하락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고객들의 발걸음 돌리고자 생수를 미끼상품으로 내걸고 있다. ‘10원 전쟁’까지 불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마트가 최근 2ℓ짜리 6개입 생수를 1,880원에 선보이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맞불을 놓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각각 자사 PB생수를 이보다 몇백원 저렴하게 내놓고 눈치 싸움을 펼치고 있다.

생수를 둘러싼 건곤일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지만, 어쩐지 정식품은 여유 가득한 모습이다. 두유 전문 기업 정식품은 지난 2017년 1월 ‘심천수’를 내놓고 생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웰빙 트렌드 확산과 소규모 가구 증가로 생수의 전망을 밝게 본 정식품은 지리산을 수원지로 삼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 ‘아웃 오브 안중?’… 방치된 심천수

하지만 심천수를 내놓은 지 3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정식품의 생수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외부에 관련 매출을 공개하기 힘들 정도로 심천수를 통해 얻는 수익은 극히 미비하다. 지금까지 TV 광고 등 심천수를 소비자들에 알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보수적인 두유 업계 특성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신사업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향후 심천수의 육성 방안과 관련해 정식품 측은 “지금까지 온라인에서만 판매해 온 걸 오프라인 쪽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천수의 현주소는 아워홈의 ‘지리산수’와 대조된다. 두 브랜드는 수원지와 출시 시기가 유사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심천수가 방치에 가까운 상태에 놓여져 있는 반면, 지리산수는 회사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첫 TV광고를 내보내는 등 인지도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여성 고객들을 겨냥한 ‘핑크 에디션’을 내놓는가 하면, 대형마트와 편의점,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 유통망을 다각화 하는 데도 힘써왔다.

업계 관계자는 “1위인 삼다수도 최근 배우 김혜수를 새로운 모델로 발탁하는 등 최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별도의 투자 없이 제품 출시만으로 시장에서 생존하길 바라는 건 욕심에 가깝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발 브랜드는 가격면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는 PB제품들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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