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검찰이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상관이라고 할 수 있는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사상 최초다. 검찰은 압수수색 관련 혐의 등 구체적인 사안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아들과 딸의 대학입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이날 오전 9시경 검사와 수사관을 조 장관의 자택으로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하드디스크와 각종 서류 등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압수수색 영장의 ‘피의자’가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으나 검찰은 “압수수색 대상과 혐의 등은 일절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 ‘압수수색 혐의’ 안 밝힌 검찰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의 배경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자녀 입시 관련 공·사문서 위조 혐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다. 앞서 검찰은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표창장과 활동 이력을 위조한 것으로 보고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는, 정경심 교수가 코링크PE 투자는 물론 운용과 경영에도 깊이 관여했다고 보고 자금흐름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코링크PE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과 함께 WFM이라는 2차 전지 관련 업체를 내세워 우회상장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장관의 5촌 조카가 이를 주도했으며, 사실일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펀드운용 결정에 투자자인 정 교수가 관여했다면 이 역시 자본시장법 적용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과정에 정 교수가 관여했는지, 나아가 조 장관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블라인드 펀드’라는 이유로 “투자처를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정 교수가 코링크PE가 투자한 WFM으로부터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명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 민주당 “조국 혐의점 없어, 검찰이 무리한 수사”

딸의 입시와 관련해 조 장관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보도도 나왔다. 이날 <조선일보>는 “검찰이 허위 논란에 휩싸인 2009년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 센터 인턴증명서를 발급받는 과정에 조 장관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조 장관이 딸의 인턴증명서를 사실상 셀프 발급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악의적”이라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이날 출근길 취재진과 만난 조 장관은 “지금까지 가족 관련 수사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대 공익익권법 인턴십 관련 서류를 제가 만들었다는 보도는 정말 악의적”이라며 “공인으로서 여러 과장 보도를 감수해왔지만 이것은 정말 참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검찰이 조 장관을 엮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이해찬 대표는 “조 장관 가족관련 수사가 한 달 째 진행되고 있다. 관련 수사팀에 검사만 20여명, 수사관 50여명이 동원됐다”며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는데 현재까지 확실하게 진실이 밝혀진 게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수사 관행상 가장 나쁜 게 먼지털이식 별건수사인데 이렇게까지 하면서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검찰 수사가 상당히 난항을 겪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팀보다 더 많은 특수부 검찰인력을 투입하여 한 달 내내 수사했음에도 조 장관에 대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검찰이 또 다시 무리한 압수수색을 강행한 것”이라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무리한 별건수사와 수사정보 유출 등이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