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48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48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내분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하태경 의원 징계를 시작으로 계파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5~6% 박스권에 갖힌 지지율도 답보 상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으로 최근 범여권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가운데, 바른미래당은 내분 및 조국 비판 역량 분산으로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신환 원내대표 등 15명의 비당권파 의원들은 24일 성명을 내고 하태경 의원에 대한 윤리위 징계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 의원 징계의 부당성을 역설하며 윤리위 징계 결정의 배후에 손 대표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손 대표에게 하 의원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징계를 바로잡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성명서의 내용은 지난 18일 하 의원 징계가 이뤄진 이후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주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손 대표가 윤리위를 동원해 반대파(하 의원)를 제거하는 치졸하고 비열한 작태를 되풀이한 것"이라며 "최고위원 과반의 요구로 불신임 당한 윤리위원장이 내린 징계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불신임안 제출 이후 내려진 결정은 무효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윤리위원장 불신임 요구서에 하 의원의 날인이 있는 점을 지적하며 "징계 주체가 소속된 위원장을 불신임한다는 것"이라며 "자기 재판관을 자기가 고를 수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라고 설명했다.

최고위원 과반이 불신임 요구서에 서명하면 불신임 효력이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손 대표는 "당규는 윤리위 불신임 의결권을 당무위원회에 부여하고, 부칙에 의해 당무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에는 최고위원회에 위임된다"면서 "따라서 윤리위원장 불신임 권한은 최고위원회에 있고, 최고위원이 아닌 최고위원회가 불신임 주체라는 것은 당헌당규상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손 대표는 '윤리위 배후설'에 대해서도 "윤리위 결정을 두고 제가 어떠 의도를 갖고 배후에서 결정한다는 허위 주장은 모독을 넘어서 독립기관으로서 지위와 존엄성을 지키고자 노력해 온 윤리위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문제는 현재 양측 모두가 당헌당규를 거론하며 서로의 해석이 옳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최고위원회의는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의 전원 보이콧으로 당권파 인사들 위주로 매주 월·수·금요일 열리고 있고, 원내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원내대책회의와 원내정책회의는 화·목요일 열리고 있다. 예컨대 원내 회의에서 비당권파가 손 대표를 성토하면, 다음날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권파가 반박하는 모습이 최악의 경우 일주일 내내 그려지는 것이다.

이날 비당권파 의원 15명의 손 대표 규탄 성명서 발표와 관련해서도, 당장 다음날인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권파의 반박이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는 당내에서도 양측의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점까지 도달한 것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줄곧 바른미래당의 고민이었던 저조한 지지율 역시 '조국 정국'이라는 반등의 호기를 맞았음에도, 당내 조국 비판보다 내홍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모두 '조국 반대'는 동의하지만, 내분으로 인해 정작 조국 반대 운동은 계파가 따로 진행하고 있어 당력이 분산되는 것도 당으로선 악재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20일 만19세 이상 유권자 3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9월 3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 대비 1.4%p 내린 38.1%를, 정의당은 5.3%로 지난주 대비 0.9%p 하락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8%p.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양당은 조 장관 임명을 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주 대비 1.0%p 오른 6.2%를 기록해 정의당을 제치긴 했으나, 당내에선 아쉽게 여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바른미래당과 함께 조국 장관 임명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2.4%p 오른 32.5%를 기록했다. 바른미래당이 표방하는 제3지대를 구축하기 위해 꼭 끌어들여야 할 무당층은 바른미래당 지지율의 2배 이상인 13.4%로 나타났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지율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오르고 있지 않다"며 "당이 조국 사태 관련해서 국조 추진이나 꾸준한 임명 철회 운동으로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국민도 많지만, '집안 단속부터 잘 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