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계획서 채택과 증인 참고인 출석 요구와 관련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여상규 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 뉴시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계획서 채택과 증인 참고인 출석 요구와 관련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여상규 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20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에 묻혀 ‘맹탕’으로 진행될 우려가 나온다. 국회 상임위원회마다 현안이 산적해있지만, 야권의 ‘조국 공세’로 대부분 조 장관 관련 의혹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국감의 초점에서 벗어나게 된 일부 피감기관은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국회 국정감사는 ‘야당의 무대’다. 753개 정부기관을 들여다보고 행정부의 운영을 비판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해마다 ‘국감철’이 되면 피감기관은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느라 몸살을 앓기 일쑤다. 하지만 이번 국감은 야당이 일찌감치 ‘조국만 때린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조 장관 의혹과 관련도가 낮은 일부 피감기관들은 질의 공세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은 공개적으로 “이번 국감은 ‘제2의 조국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를 맡고 있는 같은 당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이번 정기국회는 조국 파면과 이 정권의 무능과 부도덕을 만천하에 알리는 그런 정기국회가 되어야 한다. 조국 사태의 모든 현안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조국 개인의 게이트를 넘어 정권 게이트로 번지는 부분에 대해 면밀히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가 9월이다. (9월만 되면) 의원들 질의서에 답변을 적어 내느라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올해는 의원들로부터 질의서가 안 온다. 조 장관에게 감사하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 증인 없는 국감 가능성↑… 파행으로 가나

이렇다보니 조 장관 관련 의혹의 핵심에 있는 상임위의 경우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 되고 있다.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다루게 될 정무위는 사실상 ‘증인 없는 국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가 증인 채택을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해 이날까지도 일반증인 명단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반증인을 채택하지 못하면 당연출석대상인 소관 기관증인만 출석하게 된다.

정무위 소속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기업 증인은 대거 요청하면서 조국 장관과 관련된 야당의 증인 요청은 단 한 명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며 “단 한명의 증인도 없는 ‘식물 국감’이 되더라도 조국 장관 하나만 지킬 수 있으면 괜찮다는 여당의 한심한 정치인식과 오만함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법무부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법제사법위는 감사 장소에 대해서도 공방 중이다. 한국당은 “조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관행적으로 법무부 청사에서 진행해왔던 국감을 국회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감사는 피감기관에 가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맞섰다. 조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 딸, 모친, 동생 등 한국당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법무부 감사 장소와 일반증인은 ‘미정’으로 결론짓고 추후 간사 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관련성이 낮은 상임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쟁점인 ‘인보사 사태’보다는 조 장관의 딸 조모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을 게재한 대한병리학회지 관련 사안을 중심으로 감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정욱 서울대학교병원 교수·최혁용 대한의사협회장·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 등 3명이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한국당은 조씨가 수령한 장학금과 관련해 노환중 부산의료원장과 강대환 부산대 의대 교수 역시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여야 합의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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