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 본격적인 투쟁 활동에 들어간 지 3주 가량 지났다. 그러나 당권파와 퇴진파의 깊은 대립 때문에 반(反)조국 투쟁이 엇박자로 진행돼 당력이 분산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 이는 '조국 정국'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추석연휴였던 지난 12일 광화문에서 주요 당직자 및 시민들과 조 장관 임명 철회 촉구 촛불집회를 가졌다. 조 장관이 임명된 지 3일만이었다. 손 대표는 12일 집회를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오신환 원내대표 등 퇴진파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오는 28일 촛불집회에서도 퇴진파의 불참은 유력하다.

대신 오 원내대표는 이틀 전인 10일 청와대 앞에서 퇴진파 의원들과 함께 조국 임명 규탄 의원총회를 열었다. 당권파 의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손 대표는 이날 의총 직전 국회에서 조국 임명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긴급의총이 열린 시간에 사전 조율됐던 군부대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이는 바른미래당보다 몸집이 훨씬 큰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광화문 등 전국 각지를 같이 순회하며 반조국 운동에 나선 모습과 대조적이다.

당 윤리위원회의 하태경 의원 징계 의결 논란으로 당권파와 퇴진파의 갈등이 폭발한 지난 18일은,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과 공조해 조 장관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공동제출한 날이기도 했다.

당시 바른미래당은 활동 중인 의원 24명 중 18명이 국조 요구서에 서명했다. 이 역시 110명 의원 전원이 서명한 한국당의 단합력과 대조적이다. 요구서에 서명한 바른미래당 의원 18명은 퇴진파가 대부분이고, 요구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나머지 6명 의원은 대개 당권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조국 정국'을 계기로 양당과 대비되는 '제3의 존재감'을 국민에 보여 중도층과 무당층을 대거 흡수해야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바른미래당이다. 그러나 당내 갈등에 발목이 잡혀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조국 운운하기 전에 집안 단속부터 잘 하라"는 힐난마저 나오고 있다. 5~6% 박스권에 갖힌 지지율 반등도 녹록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에선 계파 갈등의 실익이 전무하며, 이대로 가다간 당에 희망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권파와 퇴진파 모두 노력이 부족하다"며 "퇴진파는 손 대표를 나가라고만 할 게 아니라, 당이 살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퇴진 이후의 비전이 없다. 당권을 쥔 손 대표도 총선을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지 구체적 비전 제시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을 위한 당권싸움인지 묻고싶은 심정"이라며 "이러다간 손 대표가 계속하든 그만두든 당에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내 분쟁과 대립은 우선 덮고, 최소한 '조국 정국'에서는 당이 단합된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임재훈 사무총장은 손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당권파이자 한국당과의 공조 및 연대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국조 요구서에 서명했다.

임 사무총장은 "국조가 성사되려면 서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민주당이 국조를 동의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소신껏 (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권파가 주도하게 된 광화문 촛불집회에 대해선 "(퇴진파가) 참석하면 대환영"이라면서도 "물론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정치적 소신과 상황,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니 서로 존중하면서 (조국 반대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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