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적대관계를 '전환'(transform)하겠다고 한 대목이 주목을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적대관계를 '전환'(transform)하겠다고 한 대목이 주목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개된 언론 발표문에서 트랜스폼(transform)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북미 관계를 규정하는데 있어 트랜스폼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자는 의미를 보다 강하게 담기 위해 미국 측에서 사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율된 백악관 측 발표문에는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한다는 대목에서 ‘트랜스폼’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 ‘트랜스폼’의 긍정적 의미에 청와대 반색

트램스폼의 사전적 의미는 ‘변형시키다’ ‘완전히 바꿔 놓다’는 동사다. 주로 ‘더 좋은 방향으로’라는 긍정적 의미로의 전환 때 사용된다. 따라서 트랜스폼은 그간 적대적이었던 북미 관계를 정상관계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번역된다. 외교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improve(증진시키다) 보다 더욱 긍정적이고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에 상응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줄곧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라’고 주장했고, 최근에는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체제안전 보장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미국 측은 완전한 비핵화 이전 대북제재 해제는 어렵다는 입장이 확고하지만, 체제안전과 관련해서는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그간 적대적이었던 북미관계를 ‘완전히 전환 하겠다’는 말은 곧 북한의 체제를 미국이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발표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청와대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북한에 대한 어떠한 행동(action)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행동이라 함은, 군사적·물리적 압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행동을 고려치 않는다’ ‘행동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어떤 행동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수차례 이 대목을 강조했었다.

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친교활동으로 함께 산책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AP-뉴시스
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친교활동으로 함께 산책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AP-뉴시스

◇ 북미수교·종전선언 논의 전망

체제보장의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싱가포르 합의를 확대하는 방향이 예상된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공동유해발굴 등이다. 한미 정상회담 발표문안 가운데 “최근 북한의 대화 재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부분이 그 단서다. 청와대는 2~3주 내 북미 실무협상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전문가들도 결렬됐던 하노이 협상과는 기류가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트랜스폼이라는 것은 일종의 전환이다.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이제는 화해협력 정책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이라며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의 선 비핵화를 요구했다면 앞으로는 비핵화 진전에 따라 체제보장을 갖이 가겠다는 구도변화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합의된 4가지 항목에 살을 붙여,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선언 채택, 완전한 비핵화 상응조치 협의, 공동유해발굴이 논의될 수 있다”면서 “하노이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한과 미국은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기 때문에 (실무협상이 가동되면) 양측이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