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무슨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든, ‘막장’이라고 비판받는 드라마나 영화도 끝이 있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기승전결’이다. 등교하면 하교 하고, 출근하면 퇴근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국회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게 생겼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이야기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 26일부터 시작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이야기’를 꺼냈다. 야당 의원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가족에 대한 의혹을 언급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의혹을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

전날(26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시작한 조국 이야기는 27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까지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분야별 질의를 하면서도 ‘조국 이야기’는 빼놓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끝이 없는 ‘기승 전-조국’이다.

조국 이야기 중심으로 대정부질문을 하는 게 과연 옳을까. 대한민국 국정 전반에 걸친 현안은 차고 넘친다. 최근 주목받는 것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문제이다.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 또한 국정 현안이다. 주택시장 안정이나 저출산·고령화 대책,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투자 피해 등도 정부가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현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한민국 최대의 국정 현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저로서는 분야별로 다르겠다만 안보에서 비핵화, 국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고 답했다. 이에 원유철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 최대 국정 현안은 조국, 모두 ‘조국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라고 이낙연 총리 답변에 반박했다.

대한민국 최대 국정 현안은 진짜 ‘조국’일까. 원 의원 말대로 여야 의원들은 ‘조국 블랙홀’에 빠진 상태다. 하지만 국회법은 ‘조국 이야기’가 중심이 된 여야 공방을 대정부질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국회법 122조의 2 ①항은 대정부질문에 대해 ‘국정 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정부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여야 의원들이 ‘기승전-조국’을 말하는 게 대정부질문의 본질은 아니다. 이낙연 총리 말처럼 비핵화,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국정 현안은 차고 넘친다. 여야 의원들은 틈만 나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야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산적한 국정 현안 해결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닐까.

‘기승전-조국’의 끝은 사법부 판단에 맡기면 된다. 이미 검찰이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앞으로 이어질 ‘경제’, ‘교육·문화·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조국이 아닌 국정 현안 질문과 답변이 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