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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안산다
[나 혼자 안 산다⑬] 사회주택 사업자들의 열악한 구조적 현실
2019. 09. 27 by 정계성 기자 minjks@gmail.com
서울주택도시공사가 30주년을 맞이해 앞으로의 비전으로 '사회적 가치'를 상위에 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30주년을 맞이해 앞으로의 비전으로 '사회적 가치'를 상위에 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서울시 사회주택 공급 사업자 중 하나인 드로우주택협동조합이 재정난에 빠졌다. 드로우주택협동조합은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사업자’로 전체 사회주택 건수의 3분의 1 가까운 규모인 166가구를 공급해왔다. 드로우주택협동조합 외에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자 일부도 상환유예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자들의 재정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국민세금으로 이들의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리스크’를 사업자들이 떠안는 사업구조

하지만 사업자들만 비판하기에는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 사업자의 재정상황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기 떄문이다. 먼저 리모델링 사업은 사업주가 건물주로부터 건물을 임대해 리모델링 후 임차인을 모집하는 ‘전대’ 형태다. 리모델링은 최대 2억 원 규모의 서울시 보조금과 사업자의 자금이 투입되며, 이후 사업자가 주변 임대료 시세의 70~80% 수준으로 공급해 운영한다. 문제는 사업자들은 건물주와의 관계에서는 임차인이 되는데, 세입자로부터 저렴한 임대료를 받아 건물주에게 다시 임대료를 납부하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구나 사업자가 건물이나 토지를 보유한 게 아니어서 자산평가에서도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

토지임대부 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토지임대부 사업은 서울시(SH공사)나 토지지원리츠(주택도시기금)가 매입한 토지 위에 사업자들이 건물을 신축해 임대하는 형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토지 임대료와 3% 수준의 저렴한 융자로 건축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그런데 임대사업 기간이 최소 10년에서 최대 40년까지 장기인 반면, 상환기간은 길어봐야 8년 이내라는 점에서 사업자들이 금전적 압박을 받게 된다. ‘민간분양’을 전제로 한 금융시스템과 장기 임대사업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다.

‘홍시주택’을 운영 중인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외부에서 보면 토지와 기금 지원까지 엄청난 혜택이 주어지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민간 분양 사업의 경우 사업자들이 전체의 5% 이상 자금을 투입하고 PF를 일으켜 2~3년 내 모든 사업이 끝나는 구조다. 하지만 (사회주택은) 장기임대 사업으로 사업자들의 자금이 장기적으로 묶이고 운영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상환기간은 짧아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토지임대부 사업주들의 재정악화에 대한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토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지만, 건축물은 매년 감가상각이 이뤄진다. 그런데 토지의 소유권은 서울시 혹은 기금이고, 사업주는 건물의 소유권만 갖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주의 자산만 줄어드는 구조”라며 “사업주는 사업을 할수록 재정이 나빠지는 구조여서 추가 사업을 하려고 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회주택 사업자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사회적 경제주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자 현황조사
사회주택 사업자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사회적 경제주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자 현황조사

◇ 영리 임대사업 아닌 ‘주거복지’ 관점 필요

사실 사업자들의 어려움은 사업 초기부터 충분히 예견됐다.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참여 사업주체들의 자본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조사 당시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60%가 넘는 사업자가 전체의 70%에 달했고, 이 가운데 29.4%는 100%를 초과하기도 했다. 자본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민간사업자들이 참여했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지만, 사업규모가 작고 수익률이 낮은 사업에 참여 동기가 부족했다. 사회주택 사업 자체가 민간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리사업이 아니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서울시 차원에서 사업자들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사회주택협회에 따르면, 현재 2%인 토지임대료에 대해 특정요건을 갖출 경우 서울시의 지원금을 통해 1%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평가모니터링 등을 통해 부실 사업자들을 걸러내는 방안도 곧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사회주택과 연계하는 대안적 아이디어들도 제시된다. 드로우주택협동조합의 경우 다른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인수해 임차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사회주택협회 관계자는 “외부에서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상황은 충분히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여러 대책들과 별개로 사업자들은 사회주택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부동산 임대 영리사업이 아닌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주택 사업자는 “투자와 수익률로 보면 손해라는 평가는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의 주거복지 관점으로 보면 가장 저렴하면서 창의적인 서민 주거지원 사업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