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이른바 ‘조국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계층화가 심각하다는 게 드러났네. 부모의 권력이나 재산,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결정되는 대물림이 실재한다는 것을 거의 모든 국민들이 알게 되었어. 그래서 분노한 일부 명문대생들이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고, 보수 언론들은 세대론을 통해 ‘86세대’를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비난했네. 아직도 철지난 세대론이라니… 내 눈에는 보수 언론과 지식인들도 대부분 위선자들이네.

먼저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이 <한겨레>에 쓴 칼럼의 한 부분부터 읽고 시작하세.

“20대는 가장 분열된 세대다. 상층의 일부가 단군 이래 가장 희망과 경쟁 의욕에 가득 찬 세대라면, 그 아래 다수는 20세기 이래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지리라는 불안에 사로잡힌 세대다.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세대지만 사회적으로는 같은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운명을 공유하지 않는다. 세대론의 설명력이 무너지는 지점이다.”

맞는 말일세. 우리 사회에서 세대론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숨기고 지배계급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일 뿐일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야. 그러니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보수언론이 자주 사용할 수밖에.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그 돈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는 것은 아니네. 어디에서든 시장의 자유경쟁에 맡기면 필연적으로 ‘부익부빈익빈’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어. 인간, 특히 ‘능력’ 있는 사람들의 욕심이 끝이 없거든. 그러니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난하거나 ‘능력’ 없는 사람들의 몫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빈부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이유야. 미국과 한국이 그 대표적인 나라고.

이런 나라에서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언제부턴가 우리는 경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승자가 독식하는 걸 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한솥밥 먹는 정규직 노동자들인 경우가 많네. 성적순 장학금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누구인가? 알바 하며 어렵게 학교 다니는 가난한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네. 하지만 이미 불평등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경쟁은 없네. 만인이 평등하다는 달콤한 이데올로기만 있을 뿐이야. 청년들이 정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직접 나서서 우리 사회의 구조와 작동기제를 바꾸어야 하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네.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치와 무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정치를 통하지 않고서는 어떤 제도적인 변화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없고. 왜 문재인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국 교수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했겠는가? 제도를 바꾸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야. 청년들을 힘들게 만드는 기존 사회구조를 깨고 새롭게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세. 일종의 혁명이니까. 온라인에서 해시태그를 달거나 학교에서 마스크 쓰고 촛불을 든다고 불공정한 사회구조가 바뀌는 게 아니야.

2016년에 있었던 20대 총선 때 우리 국민들의 평균 연령은 40.9살인 반면,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평균 연령은 55.5살이었네. 지역구 당선자 중 30대 이하는 1명으로 0.4%였고, 50대 이상은 200명이 넘어 83%였어. 30대 이하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35%인 반면 국회의원은 단 한 사람이라니… 이런 정치 지형에서는 청년들의 어려움이 국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없네.

우리나라 청년층이 정치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국제비교를 통해서도 확인되네. 2018년 국제의원연맹(IPU) 보고서에 의하면, 30대 이하 국회의원은 비례대표 포함 전체 국회의원의 0.66%로 조사대상 147개 중 143위였어. 덴마크 41.34%, 스웨덴 34.1%, 프랑스 23.22%, 독일 17.59%였고, 이웃인 일본과 중국도 각각 8.39%, 5.61%로 우리보다 높았네.

세상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에 의해 진보하네. 잘 사회화된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수 없어. 그런 모범생들은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잠깐 머물다가 소리 없이 사라질 뿐이야. 사회는 ‘일탈’하는 사람들에 의해 비약하는 경우가 많아.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직접 몸으로 저항하고 싸우는 투사들이 많아야 세상은 좋아지는 법이야. 이른바‘86세대’는 그렇게 젊은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일세. 맨주먹으로 총칼에 맞섰던 사람들이네. 청년들이 정말로 자신들에게, 아니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원한다면, 정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모난 돌처럼 행동해야 할 때일세. 예를 들면, 11월 말 정기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도록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정치 참여의 작은 출발일 수 있지. 완전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청년들이 국회로 들어가는 게 더 쉬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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