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5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현안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5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현안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퇴진파가 유승민 전 대표를 필두로 손학규 대표 지도부 체제에 반기를 들고 나선 가운데, "정치적 양심이 없는 행동"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손 대표의 대응 방안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퇴진파는 30일 국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라는 모임을 구성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전면에 서길 자제했던 유 전 대표가 변혁의 대표를 맡았다. 변혁은 '개혁적 중도보수'를 지향, 바른미래당의 창당정신으로 회귀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거대양당구조를 타파하고 영호남을 아우르는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손 대표의 정체성과 결을 달리 한다.

유 전 대표는 변혁 출범 직후 별도 간담회를 갖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모든 것을 바쳐 대표직을 수행하겠다"며 "오늘 변혁 출범을 계기로 그분(손 대표)과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 저희들이 그분과 싸우기 위해 정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변혁이 구성된 이날 같은 시간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는 점이다. 지난 27일에도 퇴진파는 최고위가 열리는 시간에 의총을 열어 맞불을 놨다. 이미 퇴진파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으로 '반쪽 최고위'로 전락했는데, 취재진마저 대부분 퇴진파 측으로 몰리면서 최고위 위상에 타격을 입은 모양이 됐다.

같은 시각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한 손 대표는 유 전 대표 및 퇴진파의 행위에 대해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손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퇴진파가) 당을 어렵게 만들어놓고 비상행동이다 뭐다 하는 것은 정치적 양심이 없는 행동"이라며 "해당행위에 대해서는 당의 기강을 엄정하게 바로잡겠다"고 지적했다.

퇴진파의 전방위 압박이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 손 대표가 우선 처리해야 할 과제는 최고위의 정상화다. 최고위는 최근 하태경 의원의 직무정지 징계로 당권파(손학규·문병호·주승용·채이배)와 퇴진파(오신환·이준석·권은희·김수민)가 4 대 4 동수를 유지하고 있다.

당규상 가부동수는 당대표가 의결권을 갖지만 재적위원 과반(5명)의 출석이 선행돼야 하므로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29일 진행된 이준석 최고위원의 징계 절차가 직무정지 이상의 징계로 이어진다면 당권파가 수적으로 앞서게 될뿐 아니라 재적위원 과반 출석의 조건도 달성하게 된다.

변수는 당권파로 분류된 문병호 최고위원이다. 그는 이날 최고위는 물론 지난 27일 최고위도 불참했다. 단순 일정상 불참이 아니라 한발짝 물러나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권파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문 최고위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통합파 입장에서 어느 한쪽에 서서 뭘 하고 싶지 않았다. 갈라지면 서로가 길이 없다"며 "(최고위를 계속) 불참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고 변혁 이야기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손 대표가 퇴진파의 '맞불작전'에 대해 최고위 무력화 행동이자 당헌당규 위반, 즉 '해당행위'로 규정한 만큼 퇴진파의 행위에 대해선 당 차원에서 응분의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미 등을 돌린 퇴진파 다수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윤리위에 제소하는 것이 얼만큼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나, 가능한 모든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 측 바른미래당의 인사는 "업무방해 및 해당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당 차원에서 윤리위 제소 절차에 들어가는 등의 조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비당권파도 탈당을 공식화하지 않은 만큼, 대화 노력은 계속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권파와 퇴진파의 결별이 당내외에서 기정사실화된 만큼, 손 대표는 '퇴진파 배제'를 염두에 둘 가능성이 높다. 그는 당의 통합과 외연 확장, 나아가 손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제3지대 정계개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민주평화당·대안정치연대 등 3지대 세력을 흡수 내지 확보하기 위한 속력행마에 나설 요량이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직접 '앞으로는 (당에) 필요한 분들을 당외에서 적극적으로 만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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