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조국 법무부장관 규탄 집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조국 법무부장관 규탄 집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를 ‘관제데모’라고 비판한 자유한국당이 이번 개천절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 150만 명을 동원할 계획이다. 당이 국회 보좌진과 전국 당원협의회에 강제동원령을 내리자 당내에서는 “나무가 없어서 초록색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선 한국당이 검찰개혁 집회 규모를 깎아내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국당 지도부는 30일 당 공식회의에서 일제히 지난 28일 열린 검찰개혁 집회를 맹비난했다. 황교안 대표는 “대통령과 이 정권이 나서서 국가적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여당의원들과 단체장들이 우르르 시위현장으로 달려가 참여인원을 몇 십 배 불려서 주장했다. 비상식적 주장을 국민의 목소리로 호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인민재판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적폐청산의 적임자로 내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찰이 이 정권의 적폐를 들추려하자, 마치 소금 맞은 미꾸라지마냥 발악한다”며 “결국 이것은 범죄와 비리가 있다면 누구든지 명명백백하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하는 대한민국 사법제도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사법체제 전복행위이며 문재인 대통령 홍위병을 앞세운 ‘체제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내달 3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준비 중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이날 집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전국 각지의 보수시민종교단체와 우리공화당 세력이 규합해 문재인 정부 규탄과 조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범보수진영 집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당은 자체 참여인원을 15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 “최소 100명씩 동원하라” 공문 발송

한국당은 소속 국회의원, 시도당 위원장, 당협위원장에게 동원 인력을 안내한 공문을 보내는 등 개천절 집회에 온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공문에 따르면 각 지역별로 원내 당협위원장은 400명, 원외 당협위원장은 300명, 당협위원장이 아닌 지역구 국회의원은 150명, 당협위원장이 아닌 비례대표 의원은 100명을 동원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장외집회에서 각 당협위원장과 당협명이 적시된 피켓은 사용할 수 없다. 한국당은 ‘관제집회’라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한 듯 매 장외집회 때마다 “당협위원장 및 당협명이 기재된 피켓은 현장에서 제재할 예정이며 제작된 피켓은 사용 후 반드시 수거 요망”이라고 적시된 공문을 하달해왔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한국당의 ‘동원령’이 역설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관제데모’라고 하더니 (개천절 집회에) 전국 지역위원회를 동원하는 것은 ‘관제’가 아닌가”라며 “자발적 집회로 포장하고 싶겠지만, 국민들은 그 차이를 다 아실 것”이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개혁과 나라다운 나라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며, 자발적인 촛불시민들의 명령이다. 이를 강제적인 조직동원으로 치장한 생명력 없는 집회가 이길 수는 없다”고 했다.

주말 장외집회는 물론 개천절 집회에 강제동원 된 소속 보좌진들의 아우성도 적지 않다. 국회 보좌진들이 익명으로 이용하는 ‘여의도 옆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한국당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보좌진이 “촛불집회 때와 지금 집회의 차이점은 ‘자발성’의 유무다. 지금 당장 내부적으로 ‘전(全)보좌진 강제동원령+지역 당원 강제차출’, ‘동원 수에 따라 당무실적 적용’ 같은 짓거리 백날 한다고 국민적인 공감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수뇌부를 보면 정말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라고 쓴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에는 “반사이익으로 찔끔 오르다 마는 지지율에 목숨 걸고 수뇌부에서 내리는 숙제하기에 급급한 사무처와 당직자들이 이젠 안쓰러울 지경”이라며 “산에 나무가 없어서 초록색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이 이 당의 모습이다. 뿌리는 썩어나가며 뻗을 곳도 뻗을 힘도 없는데, 꼭대기에 있는 꽃들만 꽃을 피우고 싶다고 난리이며, 심지어 잎이 푸르지 않다고 색이라도 칠하라는 꼴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적혔다.

또 다른 보좌진 역시 “매주 토요일마다 시위한다고 뭐가 나아지나. 심지어 이젠 촛불문화제? 원내에서부터 잘 싸우라고 해라. 제발 우리 일 좀 하게 놔둬라”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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