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 김도영 감독, 정유미, 공유/뉴시스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 김도영 감독, 정유미, 공유/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재탄생한다.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 여러 이슈를 딛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8년 단편 영화 ‘자유연기’로 제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김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여기에 배우 정유미와 공유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젠더 이슈로 큰 화제를 모았던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메가폰을 잡은 김도영 감독은 “이 이야기는 할 만한 이야기이고, 해야만 하는 이야기”라며 연출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김도영 감독은 30일 진행된 ‘82년생 김지영’ 제작보고회에서 “전작 ‘자유연기’ 이후 제작사에서 연출 제안을 받았다”며 “원작을 읽으면서 나도 두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이고, 누군가의 딸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공감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 /뉴시스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 /뉴시스

김 감독은 “원작이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졌는데, 원작이 지닌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영화적 이야기로 잘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할 만한 이야기이고 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서 “이 이야기가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제작된다는 것이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부족한 대로 최선을 다해서 연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스크린으로 재탄생되는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과 주변 인물들에 드라마와 스토리를 더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전한다. 남편 대현(공유 분)을 비롯해 지영의 엄마와 가족, 동료에 이르기까지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 안에서 감정을 쌓아가는 지영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김도영 감독은 원작과 달라진 점에 대해 “원작은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형식의 소설”이라며 “큰 서사나 드라마가 없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관객들이 김지영에게 이입하고 김지영을 따라, 김지영을 통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이야기가 돼야 했다”며 “또 그 과정에서 지영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섬세하고 풍성하게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2019년 지금을 살아가는 지영은 정유미가 연기한다. 정유미는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담담한 모습부터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 뜨거워지는 감정까지 섬세한 연기로 극을 이끌 예정이다.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을 연기한 정유미. /뉴시스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을 연기한 정유미. /뉴시스

정유미는 작품을 택한 이유로 “결혼도 안 했고 육아를 해본 적이 없어 공감이라기보다 주변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바쁘다는 핑계로 알지만 외면하고 있지 않았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나를 조금 더 돌아보게 되면서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이 캐릭터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고, 그런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도영 감독은 정유미의 열연에 “여러 번 울컥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정유미는 상상을 뛰어넘어 김지영 자체로 계속 존재했다”며 “자신의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을 집중력 있게 연기해줘서 여러 번 울컥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어느 하나 애착이 가지 않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면서 “정유미가 역할을 굉장히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공유도 “정유미는 김지영 그 자체였다”고 극찬했다. 그는 “처음 정유미가 김지영의 모습으로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딱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지만, 현장에서는 바로 이입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정유미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무기이자 힘인 것 같다. 부럽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공유는 ‘82년생 김지영’에서 지영을 걱정하고 지켜보는 남편 대현 역을 맡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 인간적인 모습과 더불어 아내를 위하는 마음과 고민이 깊은 사려 깊은 남편으로 분해 디테일한 감정 연기로 극의 몰입을 높일 전망이다. 

영화 ‘밀정’(2016)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공유는 시나리오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우는 일이 드문데, 청승맞지만 혼자 시나리오를 읽다가 울었다”고 털어놨다.

‘82년생 김지영’으로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공유. /뉴시스
‘82년생 김지영’으로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공유. /뉴시스

공유는 “글로만 접하고 내가 그 상황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흔하지 않은데, 그 순간 대현이 돼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건 이 작품을 꼭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또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며 “엄마한테 전화해서 ‘키워줘서 고맙다’고 했다. 부모님 세대, 우리 세대, 다음 세대까지 다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라며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공유는 30대 평범한 남자를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는 “캐릭터 자체가 높고 낮음이 크지 않고, 덤덤함 속에 섬세함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표정이나 대사 톤으로 어떻게 채우느냐에 결과물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에서 까불었지만, 나름대로 신중하고 섬세하려고 노력했다”라더니 “원래 제가 섬세한 편이기도 하다”고 덧붙여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그러자 정유미는 “왜 자꾸 본인 입으로 칭찬을 하냐”고 타박해 웃음을 더했다. 그러면서도  “(공유의) 정서나 깊이, 그것에 대한 섬세한 결들이 너무 좋았다”며 “대현은 말도 많지 않고, 뒤에서 바라보는 캐릭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공유가 가진 섬세한 면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칭찬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82년생 김지영’로 호흡을 맞추는 정유미(왼쪽)와 공유. /뉴시스
‘82년생 김지영’로 호흡을 맞추는 정유미(왼쪽)와 공유. /뉴시스

정유미와 공유는 영화 ‘도가니’(2011), ‘부산행’(2016)에 이어 세 번째 만나지만, 부부 연기는 처음이다. 정유미는 “전 작품에서는 (공유와) 직접적으로 대면해서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조금 더 편해진 사이가 된 후 (부부) 역할을 맡게 됐는데, 좋은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공유도 “같이 나이 들고, 어른이 돼가는 느낌이라서 좋다”며 웃었다.

또 두 사람은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젠더 이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원작은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며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영화화 소식이 전해진 후 일부 네티즌의 평점 테러와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먼저 정유미는 이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실 큰 부담은 없었다”며 “이 이야기를 선택하고 같이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결과물을 잘 만들어서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크게 걱정은 안 됐다”고 답했다.

공유도 “저희도 기사를 접하고 볼 수밖에 없다”며 “배우가 좋은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 들어가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하는데 방해가 될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관점의 차이는 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것이 맞고 틀리다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유미와 공유의 마음을 흔든 ‘82년생 김지영’은 10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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